매일신문

개구리 소년, 묶여진 옷 '피살증거?'

개구리소년 사건 유류품 중 묶인 모양으로 발견된 영규군의 상의와 하의를 놓고 "여러가지 상황을 봐 소년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묶었다고 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전문등산인에 의해 제시됐다.

안나푸르나, 칸첸중가 등 히말라야 고봉 등정 경험만도 수십차례에 이르는 16년 경력의 산악전문가 김모(45)씨는 2일 매일신문사를 찾아 발굴 모습을 조목조목 분석, 이같이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우선 전문산악인들도 악천후를 3~4번 정도 겪고 나서야 산에서 조난 때 추위를 피하기 위한 매듭 짓는 법을 터득하게 되는데그런 경험이 전무한 10세 전후의 소년들이 조난을 당했다 하더라도 추위를 피하기 위해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떠올리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실제 상황에선 추위가 닥치면 가장 먼저 손과 발이 추위를 느끼게 돼 상의를 벗어 발을 감싸는 것이 정상적인데, 이번 사건에선상의를 벗어 얼굴 부분을 감싼 것으로 나타나 이해하기 힘들다.

셋째, 일반적으로 조난으로 추위를 느낄 때는 바지를 벗어 그 끝을 묶은 뒤 발까지 감싼 형태로 입게 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윗도리를벗어 다리를 감싸 다리 체온을 보호하면서 손도 옷 안으로 집어넣어 추위를 견디려 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바지의 두 다리 부분이 함께 묶인 형태로 발견됐으며, 이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 이런 모습을 했을 것이라는 경찰의 추정과는 상치된다.

넷째, 영규군 옷의 매듭은 정밀 조사 결과 열십(十)자 형태가 아닌 한일(一)자 모양으로 드러났지만, 이는 숙련된 전문가가 아니고는 묶을 수 없다.

다섯째, 소년들이 조난 당해 산을 못내려올 정도였다면 의식이 거의 없는 탈진 상태였을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매듭을 묶을 생각조차 하기 힘들다. 저체온 상태에서는 졸음이 몰려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가 힘든 상황에 빠지며, 그건 보통의 매듭을 묶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도 상의를 뒤집어 목 뒤로 두번이나 묶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여섯째, 탈진상태에서 저체온증이 발생하면 신체 근육이 극도로 경직되기 때문에 양팔을 목 뒤로 돌려 매듭을 두번씩이나 묶기도 불가능하다.

이런 여러가지 정황을 바탕으로 김씨는 "영규군 상의 처럼 매듭을 묶기 위해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며, 매듭의 묶임 정도와 11년 동안풀리지 않은 강도로 볼 때 성인 남성의 힘만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정도 매듭을 지을 정도의 체력이었으면 스스로 산에서 죽음을 맞이하기보다는 충분히 스스로 하산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상태였을 것이라는 것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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