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북한 特區들 '믿음'부터 줘야

신의주의 초대 행정장관이 된 화교출신 양빈(楊斌)의 못믿을 언행이 '자본주의 신의주'의 환상을 자꾸만 깨뜨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4천900억원의 북한지원설 등 '돈풍(風)'에 함께 휘말린 현대아산 관계자들이 개성공단을 자본주의식 특구로 개방키로 했다고 밝혀 여러모로 찜찜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엎어지고 자빠지고 할 정도로 가깝다는 양빈의 대외(對外) 약속에서 초장부터 빈 양철소리가 나는데다 사회주의 북한과 거래하나 트려면 돌출변수가 얼마나 많은데, 개성공단 문제가 그리 술술 풀릴까 의심이 꼬리를 물기 때문이다.

양빈은 꼭 1주일전인 9월27일 기자회견에서 30일부터 무비자입국을 허용하겠다고 했다가 무비자 입국은 커녕 한국·일본 등 각국 기자들이 선양(瀋陽)의 북한 총영사관에 몰려갔다 비자발급까지 거부당하자 '북한과 협의가 부족했다'며 오리발을 내밀었고 마침내 엊그제는 신의주 외곽에 장벽이 설치되는 6개월후 자유왕래가 가능하다고 꼬리를 내렸다.

당장 대박이 터지나싶어 귀를 쫑긋했던 자본주의 기업들과 대중(對中)거래 소상인, 관광객들까지 "에이!" 실망의 소리가 역력하다. 양빈의 허풍에서 '늑대소년'의 고함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 양빈이 7일 한국에 와서 투자유치설명회를 갖고 한국기업들의 신의주 진출을 호소하고 '늦게오면 2등한다'고 또 큰소리를 칠 모양이다. 정부관계자도 만난다고 한다. 우리기업들은 여기서 북한당국과 그가 대외문제에서 무엇을·어떻게·얼마나 '확실한 합의'를 했는지 탐색해야 한다. 양빈 행정장관의 신뢰성을 정확히 채점하자는 것이다.

그러자면 당연히 정부당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금 그의 입국자격에서부터 갈팡질팡하고 있으니 딱하다. 그의 국적대로 네덜란드인으로 다룰 것이냐, '특구주민 1호'로 까다롭게 다룰 것이냐에 따라 남북교류협력법의 적용여부가 달라지는 때문이다. 우리는 문제풀이는 쉬워야 한다고 믿는다. '거래를 해야한다면'출입은 쉽게, 심사는 까다롭게 하라는 말이다.

같은 시각에서, 우리는 곧 공표될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을 예의주시하고자 한다. 신의주든 개성이든 이들 특구에는 대구·경북의 기업들도 꿈을 갖고 있고 보면 북측이 만든 특구법에 또 무슨 함정이, 가시가 박혀있는지 돌다리처럼 두드려야 한다.

투자기업에 당연히 주어야 할 노동력 채용·해고권을 못주겠다는 상태에서, 더구나 '돈풍'에 휘말린 현대의 보고서만 믿고 투자하기엔 아직 북한은 못믿을 대상이다. 신의주·개성특구 진출 모두에 정부의 역할과 보증이 필요한 까닭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