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成長 발목잡는 개인破産 급증

가계 부실(不實)이 심각한 수준인데도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기 짝이 없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7월까지 서울지법 등 전국의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총 54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75건에 비해 46.1%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개인파산 신청은 외환위기 직후 급증, 99년에는 503건을 기록했다가 외환위기 극복 분위기가 조성된 2000년에는 329건으로 크게 감소, 경기 회복과 함께 개인 파산도 당연히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위기 극복의 청신호로 여겨졌던 개인파산 감소세가 지난해부터 반전되더니 올들어서는 그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유형별로 보면 사업 부도에 따른 채무불이행이나 채무를 보증했다 빚을 떠안게 된 경우보다 개인파산 신청자 10명 중 6~7명이 과소비 풍조에 편승,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카드빚' 때문인 것으로 드러난 것은 바로 우리 경제의 부실을 예고하는 지표다.

경제가 비교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개인 파산이 늘어나고있는 것은 우리 경제 체질이 그만큼 허약하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인가. 삼성경제연구소도 내년 한국경제의 성장세를 예상하면서도 곳곳에 위험요인이 많다고 지적, 그 중에서도 가계 부실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가계 부실의 직접적인 원인은 개인에게 있지만 국내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를 회복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도 큰 몫을 차지한다. 무분별한 카드 발급으로 과소비를 부추겼고 금융권은 수익성을 앞세워 기업보다는 부동산을 담보로 한 가계 대출을 집중 공략, 시중 자금을 부풀리면서 과소비를 간접 지원했다.

문제는 앞으로 경제의 거품이 빠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상승할 경우 원금상환 및 이자 추가부담으로 파산신청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가계가 금융기관에 지고 있는 부채는 지난 6월말로 가구당 평균 2천720만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무더기 가계 파산을 우려,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책마저 한계에 부닥쳐 '일본형 장기침체'의 초기와 흡사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달부터 30만 신용불량자를 구제하기 위해 개인 워크아웃제가 시행된다. 정부는 이런 지원 정책과 함께 가계여신의 건전성 여부를 상시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종합적 감시체제를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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