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통신-이기고 보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부인 한인옥씨가 2일 한나라당 소속 광역.기초단체장 부인 등이 참석한 연찬회에서 "하늘이 두쪽 나도 대선에서 이겨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민주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한씨의 집요하고 위험한 권력욕이 드러났다"며 "야당으로서 겪은 일에 대해 분풀이하기 위해 남편이 집권해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한나라당은 "대선에 임하는 다짐을 밝힌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실상 한씨의 발언은 한나라당의 속마음을 그대로 보인 것이다. 하늘이 두쪽 나도 대선에서 이겨야 한다는 다짐은 그러나 한나라당만의 마음이 아니다. 대선을 앞둔 우리 정치권의 공통된 마음가짐이다.

◈성숙한 정치문화 요원

집권의 의지야 정당의 존재의의로 당연하다. 그러나 집권전략은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는 일에 머물고 있다. 지역출신 한나라당 관계자는 "두 거대정당이 집권을 위해 국민들에게 보여 주는 몸짓에서는 나라의 미래를 담당할 의연함보다는 살벌함이 더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한나라당 이원형 의원은 사석에서 "현정부의 실정이 이미 드러난 이상 이제는 비판보다는 향후 국가정책을 제시하며 유권자의 지지를 유도해야 할 시점"이라고 아쉬워한다.

한나라당 이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를 둘러싼 공방에서부터 최근 폭로와 반박을 되풀이하는 여러 사례는 '일단 이기고 보자'는 정치권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전직 하급 병무관계자의 입에 의존, 이 후보를 흠집 내는 민주당의 공격이나 "너희가 그러면 나도 가만있지 않겠다"며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한나라당의 반격에서 성숙한 정치문화를 기대하는 일은 요원하다.

병역공방은 또 다른 편가르기로 번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김대업 테이프가 조작됐다"고 단정짓고 있는데 반해 또 다른 일부 언론은 "편집 흔적이 없다"고 보도하고 있다. 지역감정의 폐해를 강조하던 정치권과 언론이 편가르기를 유도, 국민만 혼란에 빠지고 있다.

자민련의 실체 인정에 인색하던 한나라당 내부에서 JP와의 연대필요성이 흘러나오는 것이나 국민경선이라는 정치변화를 통해 스스로 뽑은 후보를 하루아침에 매도하는 민주당내 일부의 목소리도 일단 이겨야 된다는 강박 때문이다.

◈일부선 집권이후 걱정

그러나 여야 공존의 틀이 위태로운 현 정치상황을 볼 때 "과연 대선이후는 어떻게 될까"를 고민하는 정치인도 많다. 이 후보의 대선승리를 장담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중 상당수도 집권이후를 걱정한다. 여야의 입장차이가 너무 커 정국 안정이 쉽지 않다고 본다.

하늘이 두쪽 나도 이겨야 한다는 정쟁에서 유권자는 자유로울까. 김대중은 무조건 싫고 이회창은 절대 돼서는 안된다는 유권자의 성향은 우리 정치권의 성숙에 얼마만큼 도움이 될까. 하늘을 두쪽내고서도 이기는 것만이 능사인가.

서영관 정치2부장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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