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말 (주)청구의 부도 이후 표류하던 대구방송(TBC)의 경영권 구도가 귀뚜라미보일러〈주〉(대표 이동국)의 주식담보 대출채권 인수로 가닥을 잡게 됐다. 대출채권 공매 절차 등을 남겨두고 있지만 공매가를 전액 회수할 수 있는 귀뚜라미보일러로서는 최고가 응찰에도 전혀 부담이 없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대구방송 인수를 확정지은 셈이다.
귀뚜라미보일러는 질권 설정된 대구방송 지분 30%의 유가증권 실물을 확보한데다 서울은행이 설정해 놓은 질권을 해지하고 자사 명의로 질권을 설정하는 등 대구방송 인수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귀뚜라미보일러는 그러나 대출채권 질권 인수대금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향후 관심은 귀뚜라미보일러가 대구방송 지분 30%에 대한 질권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행사해 대구방송 경영권을 확보하는가이다.
귀뚜라미보일러는 지금도 대구방송 총 발행주식 900만주 가운데 11.74%(105만6천여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분 30%(270만주)를 추가로 확보하게 되면 지분율이 41.74%로 올라가게 된다. 물론 방송법상 방송사 지분 30% 이상을 특정기업이 보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11.74% 분량은 어떤 형태로든 정리해야 할 입장이다.
청구의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대구지방법원 파산부의 장윤기 부장판사는 "여러 여건상 대구방송 지분 매각을 내년으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방송국의 소유구조와 관련된 방송법 개정안이 매듭되는 것을 지켜 본 뒤 매각 방법(공매)과 절차 등을 결정짓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귀뚜라미보일러 이동국 대표는 "방송법 개정 방향과 방송위원회의 승인 여부 등을 지켜보며 질권을 소유권으로 변경하는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구방송의 인수에는 대구백화점과 대구출신의 부동산업자 등도 치열한 암중 경쟁을 벌여왔다.
주주 명부상 대구방송 8% 지분을 가진 대구백화점은 지난해부터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모으는 등 대구방송 인수 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대구백화점이 신세계백화점과 제휴한 것도 대구방송 인수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천억원대의 재력을 가진 서울의 부동산업자도 대구방송 인수에 관심을 보였으나 방송위원회의 까다로운 인수 승인 심사를 의식해 중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반면 귀뚜라미보일러는 탄탄한 자금력을 앞세워 청구의 대출채권을 전격 인수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대구방송 설립 당시 귀뚜라미보일러는 청구와 컨소시엄을 이뤄 1.87%의 지분만 가졌으나 외환위기 이후 나온 대구방송의 주식을 조금씩 사들이며 지분율을 11.74%까지 올려놓는 등 대구방송 인수를 면밀히 준비해 왔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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