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제보자의 신원을 보호해 주지 못할 망정 '거짓말쟁이'로 매도해서야 되겠습니까".
4일 오전 9시20분쯤 성서 개구리소년 수사본부를 찾은 구두닦이 제보자 한재봉(47)씨는 본부장인 대구지방경찰청 조선호 차장에게 경찰이 자신의 신분을 노출한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한씨는 지난달 초 손님으로 온 한 시민으로부터 군 시절 사격훈련장에서 개구리소년으로 보이는 5명을 총으로 살해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그 얘기가 비상식적이고 황당하다고 생각했지만 개구리소년 유골이 발견된 뒤 슬퍼하는 유족들을 보고선 범인을 잡는 데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 지난달 29일 "제보자 신원을 보호하겠다"는 다짐을 받고 경찰에 제보하게 됐다는 것.
하지만 제보 내용이 외부에 알려졌고 그 뒤 한씨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일부에서는 한씨를 허무맹랑한 진술을 하는 거짓제보자로 몰아갔고 경찰은 거짓말탐지기 등을 동원할 정도로 한씨의 진실성을 의심했다. 급기야 50사단은 "한씨가 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대구지검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또 주변에선 한씨를 '거짓말쟁이'로 색안경을 끼고 보기 시작했다.
한씨는 "경찰이 지금에 와선 '어떤 과정으로 신원이 알려졌는지 모르겠다'는 말만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한씨는 경찰 진술과정에서 '50사단' 얘기는 하지도 않았는데 50사단이 자신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데 크게 당황해 하고 있다.월 수입 70여만원에 불과한데도 소년·소녀가장 돕기에 앞장서 왔고 여중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봉사와 성실의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한씨에게 이번 일은 큰 상처를 남겼다.
"앞으로 누가 경찰을 믿고 제보를 하겠습니까". 뚜렷한 사건 해결 단서를 찾지 못하고 제보자에 의존해 수사하는 경찰이 제보자 신원 보호마저 소홀, 사건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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