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특사 방북 후 한반도 정세

북한과 미국은 부시 행정부 출범 후 21개월만에 대화를 본격 재개했지만 주요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지 못함으로써 양측간 줄다리기가 이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이뤄진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차관보를 단장으로한 미국 대표단의 방북은 단절된 북미간 '대화 틀' 복원의 단초를 마련했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당장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이라크사태 등 국제정세의 가변성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고 국내적으로는12월 대선을 앞두고 대북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우선 이번 회담 후 북미관계는 핵.미사일 문제 등 주요 관심사의 '대화해결'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나긴 탐색전에 접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에도 불구, 지난 2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방한시 천명한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원칙을 버리지 않고 있고, 이는 켈리 특사가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대화를 통해 우려사안을 해결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분명히 밝힌 점에서도 확인된다.

켈리 특사 역시 이번 방북기회에 핵, 미사일개발 중단 요구 등을 전달하고 "충분한 검토시간을 주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볼때 이번 평양 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는 이뤄지지 못했지만 향후 북미관계가 대화 이전 상태보다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핵, 미사일 문제에 대한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향후 북미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탈 조짐도 현재로서는 없어 보인다.

미국의 핵.미사일 중단 요구에 대해 북측은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고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를 거듭 요구했다.

때문에 이번 회담을 계기로 워싱턴과 평양은 대량파괴무기나 미사일 개발중단, 경제제재 해제 및 관계정상화 등 그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할 기나긴 협상의 물꼬를 튼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일북 정상회담의 개최 등 한반도 주변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시행정부내 강경파들이 단 한차례 회담에서 만족할만한 북한의 태도변화가 나오지 않았다고 평양과의 대화채널을 다시 닫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나아가 북한은 이미 일본과의 수교협상 재개 등을 통해 대외탈출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라크와의 전쟁을 염두에 두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지금단계에서 대 북한관계를 긴장으로 이끌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미국과 북한 양측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자세를 견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정세의 여건에 비추어현 시점에서의 강경선회는 서로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말 멕시코에서 열릴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부시 대통령에게 조속한북미 후속대화 개최를 촉구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북미관계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한반도 정세는 평양회담에 대한 분석평가를 토대로 한 북미관계의 추이와 북일 관계개선 동향 및 한.미.일 3국간의 정책조율 결과 등에 따라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