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8시 대구시 북구 산격1동의 산격주공 아파트.가을저녁의 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음악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음악회가 시작되자 모인 관객은 200여명. 앞선 침산청구 1차, 칠곡그린빌 2단지 등에서 열렸을 때보다는 다소 적은 관객이었지만 가을저녁 한때를 우아(?)하게 보내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이 음악회는 북구청이 2년째 마련하고 있는 '찾아가는 음악회' 시리즈로 지난달 30일부터 7일까지 북구 지역 9개의 대단위 아파트에서 행사를 갖고 있다. 아파트 광장에서 음악회가 열리기는 1997년 IMF파동 직전 청구문화재단이 대구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함께월성청구아파트에서 음악회를 가진 뒤 6년만이다.
윤택렬 북구청 문화공보실장은 "문화적으로 다소 낙후된 북구 주민들을 위해 공연희망 아파트를 신청받아 개최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반응이 좋아 내년부터는 무대세트와 음향, 조명기기 등을 구입할 예정"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이 동네 주민 채항석(41)씨는 "사실 듣기 쉬운 트로트나 대중가요를 기대했었다"면서도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1년에 몇 번만이라도동네에서 쉽게 연주회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강구호(37)씨는 "유명가수 초청이나 노래자랑 등의 형태로 꾸며 주민들도 함께 즐길수 있는 음악회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문예회관이나 시민회관 등 특정한 공연장을 찾지 않아도 집 주변에서 즐길 수 있는 이러한 동네음악회가 부쩍 늘었다. '찾아가는음악회'처럼 행정기관이 나서기도 하지만 대부분 개인이 마련하고 있는 것들이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 저녁 음악회를 갖고 있는 범어문화관이나 매주 목요일 병원로비에서 11개월째 환자와 동네주민들을 위한 음악회를 열고 있는 안동 류병원, 지난 6월 첫 음악회를 가진 대구의 김&송 성형외과, 경북대 북문 근처 카페 산책의 음악모임 등이 주기적으로 행사를 갖는 곳이다.
사실 이러한 음악회는 만만치 않은 경비로 인해 개최하기가 쉽지 않다. 북구청의 경우 개최장소도 많고 무대제작과 음향, 조명장비까지 대여받아야 해 출연자 개런티를 포함하면 2천만원선.
반면 다른 음악회는 출연자 개런티만 부담하면 되지만 숫자를 줄이면 음악회가 단순해지고 늘리면 개런티가 높아져 장기적이고 정기적인 음악회가 잘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대부분 알음알음의 친분으로 출연진을 섭외해 저녁식사나 최소한의 경비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범어문화관의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 김상직(전 다운비트 재즈단장)씨는 "개런티 문제가 걸림돌이지만 대부분 출연진들이 동네음악회를 개최하는 뜻에 흔쾌히 동참해 주고 있다"며 "이러한 동네음악회가 그 도시의 문화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