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송 진보농협 건고추 비리 실체

매일신문 취재진이 6일 입수한 '청송 진보농협 군납 고춧가루 가공용 건고추 납품 비리' 사건의 농협 감사자료에는 허씨가 숨진 운전기사 김씨를 통해 농협 관계자들에게 수십억원의 검은 돈을 전달한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하지만 농협측은 지금까지 납득할 만한 대책마련은 물론 감사결과에 대한 발표나 수사의뢰도 없고, 심지어 청송경찰서가 요구한감사자료 제출에도 껍데기 자료만 제출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로비자금 전달책이었던 김씨가 자살하면서 핵심적 진실이 묻힐 가능성이 있는 현재로선 농협이 모든 사건의 진실을 담고 있는 감사결과를 숨김없이 경찰에 공개하고, 사건 재발을 방지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또 검찰 등 수사전담반이 구성돼 농협중앙회와 군 관계자, 군납 고춧가루 가공농협 등 에 대한 전국적 수사를 벌여야 한다는 농민들의 요구도 거세다.

◆검은 돈 마련 방법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위탁판업자 허씨의 로비자금 마련 방법은 진보농협으로 위탁수매 의뢰된 원주 ㅇ농협 건고추 물량을마치 다른 농협에서 납품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수매대금을 빼낸 것이다.

진보농협이 ㅇ농협으로부터 10억원을 받고 고추 10t을 납품했다면 정상적인 거래지만, 허씨가 중간에 개입해 고추 10t 중 7t은 아무 관련이 없는 농협이 납품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고,또 수매대금을 해당 농협으로 송금토록 한 뒤 돈을 빼내 로비자금으로 활용했다는 것.

실제로 2001년 7월부터 2002년 9월까지 허씨가 빼돌린(즉 다른 농협이 납품한 것처럼 속인) 고추 물량은 총 177.3t이며, 차액은 무려 10억6천400여만원에 이른다. 물론 이 물량은 현재 감사반이 적발해 낸 것일 뿐 실제 진보농협에 발생한 25억여원의 부실에 대해선 추가 조사가 필요한 실정이다.

허씨는 빼돌린 건고추를 경북지역 ㄷ농협 등에서 납품된 것으로 서류를 꾸미고, 진보농협은 원주 ㅇ농협이 보내온 수매대금 중 일부를 해당 농협으로 보내주고, 허씨는 이 돈을 인출했다는 것.진보농협 관계자는 "허씨가 빼돌린 수매대금은 진보농협이 원주 ㅇ농협에 갚아야 할 빚으로 남았고, 부실채권 25억여원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검은 돈의 흐름과 사용처

허씨는 모든 로비자금을 자신의 동거녀로 알려진 김모 여인의 통장을 통해 관리해 왔다. 김 여인은 숨진 운전기사 김씨의 통장으로 검은 돈을보내고, 허씨의 지시에 따라 김씨는 로비대상 관계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감사과정에서 밝혀진 숨진 김씨의 통장 거래와 진술에 따르면 2001년 2월28일 김 여인으로부터 500만원이 입금됐고, 김씨는 허씨의 요구에 따라 경남 ㅊ농협 고춧가루공장 공장장이었던 이모씨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것.

또 같은해 3월9일과 10일 이틀사이 9천400만원이 입금돼 이를 수표로 바꿔 경남 ㅊ농협 관계자의 대출금 상환에 사용한 사실을 감사반이 수표추적을 통해 밝혀냈다. 같은해 9월27일에는 김 여인으로부터 입금된 900만원을 허씨의 요구로 경남 ㅊ농협에서 인출, 공장장 이모씨에게 600만원을 전달하고사무실 회식비 100만원, 농협의 다른 관계자 김모씨의 술값 외상대금 결제에 200만원을 사용했다는 것.

이같은 방법으로 숨진 김씨가 허씨의 요구로 경남 ㅊ농협 관계자 등에 전달했던 검은 돈은 공장장 이모씨와 이씨의 처남 차모씨, 이씨의 형제 등에게수표와 현금으로 총 2억6천여만원을 전달하는 등 수억원에 이르고 있다.게다가 숨진 김씨는 자신의 수첩에 경남 ㅊ농협 고추 납품과 관련해 날짜별 로비액을 기록, 매월 정기적으로 관련자들에게 상납했던 기록도 남겨놓고 있다.

청송·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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