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짧은 임기, 큰 총리'가 되라

석달동안의 무(無)총리내각이 끝나고 김석수 총리내각이 마침내 출범했다. 국회인사청문회의 매서운 맛이 새삼스럽다. 장상·장대환 두 서리(署理)의 낙마끝에 겨우 말등에 올라탄 김 총리가 진통끝의 대물(大物)일지, 장고(長考)끝에 나온 악수(惡手)일지는 지켜볼 일이나 우리는 그에게 '짧은 임기, 큰 총리'가 되길 기대한다. 소신없는 눈치총리, 족보나 바꾸려는 '의전총리'는 되지 말라.

새 총리의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김대중 정부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2월24일까지 총리임기론 4개월 20일간, 대선(大選)으론 겨우 두달여 남은 과도기의 총리라지만 실로 '과도기'만큼 중요한 기간도 없다. 대통령의 '레임덕'도 보충해야 하고 국가간의 힘겨루기, 내부의 정쟁, 고조되는 경제불안 앞에 필요한 것은 능동적이고 소신있는 '강한 총리'이외의 다른 총리는 없는 것이다.

김 총리는 우선 헝클어진 공직기강의 확립에 주력해야한다. 공무원들의 특정정치집단 줄서기·눈치보기 등 보신주의가 지금 어느정권 때보다 심각한 만큼 이같은 행정부의 분위기를 다잡아 국정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중앙행정이 흔들리면 지방행정까지 무너진다. 그것은 곧바로 먹고보자, 한탕주의로 이어질게 뻔하다.

또하나 현 정국의 돌아가는 꼴이 가히 '총체적 난국'이다. 4억달러 대북지원설의 소위 '돈풍(風)'과 병풍(兵風), 서해교전과 관련된 군풍(軍風) 등 '너 죽고 나 살자'식의 정쟁과 폭로전이 대선을 휘저을 판이고, 총리의 언행 하나에 따라 자칫 김 내각은 풍전등화일 수도 있다.결국 김 총리가 정치권과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하느냐가 두번째 숙제다.

'마무리 총리'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대선의 공정한 관리다. 관권개입·금품선거가 불거진다면 그가 인사청문회까지 뚫고 총리자리에 앉아야할 이유가 없다. 국회가 총리하겠다는 사람을 둘씩이나 실격시켰을 땐 김 총리에게 뼈아픈 자기반성과 함께 국리민복에 최우선을 두라는 주문일 터이다. 다시한번 꿋꿋한 총리, '임기는 짧았지만 업적에 선 긴 총리'로 기록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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