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노-닛산 제휴 신뢰로 성공했다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인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의 제휴 성공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상조건의 일관성 유지 및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구조조정에 있었던 것으로 지적됐다.

8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막 올릴(11일까지) 한국생산성본부 주최, 매일신문사 후원 아시아생산성기구(APO) 심포지움(주제:기업의 전략적 제휴)에서 카즈히로 아사카와(일본 게이오대 경영대학원 교수) 등 3명이 처음으로 발표할 '르노-닛산 전략적 제휴에서 얻은 교훈'이란 논문에서 이같이 나타났다.

◇르노와 닛산의 만남=다임러와 크라이슬러가 합병하고 포드가 볼보를 인수하는 등 자동차 산업에서 의자 빼앗기 놀이가 심화되던 98년 르노의루이스 슈바이처 르노 사장은 닛산과 미츠비시에 전략적 제휴를 제안하는 편지를 썼다. 이에 닛산은 재빨리 긍정적인 답장을 보냈다.

이후 르노와 닛산은 제휴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 20가지를 확인하고 슈바이처 사장과 닛산의 하나와 사장은 기술 및 재무분야 시너지 효과 평가를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한달여간 양사에서 100여명의 엔지니어들과 경영전문가들이 공동연구활동에 돌입, 통신기술 등 핵심 정보들을 공유하는 한편 시장·제품·인력의 상호보완 등 제휴 시너지 효과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98년 11월 슈바이처 사장은 르노가 말하는 '큰 그림'을 닛산의 임원진들에게 설명했지만 종결단계에서 닛산의 반응이 미온적으로 나타나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경쟁자로 떠오르는 등 협상이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해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닛산과 제휴추진 중단 의사를 밝히면서 르노는 닛산측에 기존조건이 유효함을 전했다.

슈바이처 사장은 닛산을 압박, 협상조건을 유리하게 할 수도 있었지만 신뢰관계와 성실하고 안정적인 파트너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제안 조건을변경하지 않았다. 이같은 슈바이처 사장의 고정관념 탈피는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어 낸 골격이 됐다.

◇성공요건=르노와 닛산의 제휴성공은 현재의 가치보다는 미래 모습에 대해 가치를 더해 각각 더 친숙했던 미츠비시와 포드에서 탈피, 새로운 계를 구축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데 있다. 또 제휴 시점에서 자사비밀 보호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양사는 합동연구팀을 통해 정보공유와 학습에 깊숙히 관여했다.

닛산 자문역으로 르노에서 파견된 고슨은 취임 첫해 닛산을 흑자로 돌아서게 하고, 2002 회계년도에 최소 4.5%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자동차 부문 순부채를 50% 절감, 최소 7천억엔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임원과 직원들은 회의적인 반응이었지만 전사적으로 9개팀을 구성하고 팀장들에게 회생 계획안을 작성토록 했다. '닛산 회생 계획서(NRP)'에는 협력업체를반으로 줄이고, 4개사만 뺀 1천400개사 주식을 모두 팔고 2만1천명의 직원들을 해고하며, 5개 공장을 폐쇄할 것을 제안했다.

고슨은 이같은 구조조정안을 차례로 실행에 옮기면서 '고객중심' 경영을 더욱 강조했다. 또 포드를 벤치마킹해 회사에 대한 충성심보다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우선 순위를 둔 새로운 인사정책을 도입하고 임원들을 국적과 성에 관계없이 능력에 따라 평가하고 영어를 사내 공식언어로 정했다.

2001년 10월 고슨은 NRP 초과달성에다 1천870억엔의 기록적인 반기 영업이익을 냈으며 자동차부분 연결 순부채가 1천490억엔 감소, 순매출 이익률이7.5% 초과했다고 발표하고 2002년 회계연도에 13개의 새로운 모델들을 출시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결론=르노는 제휴 전 가동한 합동연구팀 등을 통해 낯선 상대와의 결합에 대한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자신감을 키워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지위를 높였으며 닛산은 자사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제휴형성 과정을 적극 활용했다.

서로 잘 알지 못했던 르노와 닛산이 만난 지 9개월만에 제휴계약을체결하게 된 데는 양 사가 제휴과정을 전략의 핵심에 두고 눈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을 취한 것이 바탕이 됐다. 경영자들이 낯선 상대와 대면의 부담을 극복하고 장기적인 협력의 씨앗을 뿌릴 때 전사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교훈을 보여주고 있다고 논문 발표자들은 말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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