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광옥 전 대표가 엄낙용 전 산업은행총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함으로써 검찰이 '4천억원 대북비밀지원설'을본격 수사할지 여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선 검찰이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기 위해 '대북지원설'의 진위를 가려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전면 수사가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전 대표가 엄낙용씨를 고소한 혐의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엄씨가 지난 4일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4천억원 대출경위를 묻는 질문에 '청와대 한 실장께서 전화로 지시했다고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얘기했다'는 취지로 허위답변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한 전 대표의 주장이다.
검찰이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한 전 대표와 관련한 엄씨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가리는 게 필수적이다.한 전 대표가 실제로 산은에 대출을 지시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고 이를 밝히기 위해선 검찰수사가 대출경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전 대표도 고소장에서 "청와대 비서실장 재직시 어떤 은행에도 대출 관련 전화를 건 적이 없으며, 그런 일이 있다면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강경입장을 밝힌 뒤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까지 퇴색시키려는 정략적 의도가 엿보이므로 발언 근거와 동기, 배경 등을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주문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명예훼손 사건이 아니라 김대업씨와 한나라당간 '병풍' 맞고소·고발 사건과 마찬가지로 정국에 엄청난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건이라고 판단, 배당부터 상당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검찰은 원칙적으로는 형사부 배당이 적절하다는 입장이지만 사건의 파장 등을 감안해 공안부나 특수부에 배당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8일 오전 수사주체를 결정할 예정이다.
추가 고소·고발이 뒤따를 경우 이번 사건은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 수사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검찰은 그러나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필요 이상으로 정치권 공방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한 전 대표가 대출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수준으로 수사범위를 최소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검찰 관계자는 "일단 사건이 접수된 이상 정치권 공방과 상관없이 일반 고소사건 처리절차에 따라 최대한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 원론적으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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