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터널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조금이라도 기억하는 어른이라면 꿈과 희망만으로 그 시절을 회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의 어른들은 10대의 방황과 미래에 대한 불안,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반항심을 덜어내고 편의적으로 청소년기를 기억하기 마련이다.
이미그 시절을 빠져나왔기 때문에 아름다움만으로 그 시절을 추억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은 청소년들에게 '가능성의 시기', '인생의 황금기'식으로 강요하게 되고 청소년들은 자신의 현실과 동떨어진 어른들과의 대화를 외면한다.
KBS 1TV '접속 어른들은 몰라요'(일 오전 10시10분)는 10대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10대들의 모습은 대체로 언론에 의해 부풀려져 때로는 왜곡된 채로 전해지기도 한다. 카메라는 도저히 접속할 수 없을 것 같은 10대들의 일상을 다큐 형식으로 담담하게따라다녀 허상을 벗겨낸다.
그래피티에 열광하는 아이, 가수가 꿈인 아이, 공부만 하는 아이 등이 등장한다. 전교 1,2등을 다투는 아이들은 부모의 강요에 못이겨 공부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성취감을 위해 밤낮으로 공부한다. 부모들이 오히려 말릴 정도다. 평범한 여중생이 짝사랑하는 남자친구에게 고백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안쓰럽다.
힙합퍼를 자처하는 아이는 1년 반에 걸쳐 작업한 음반을 친구들 앞에 발표하고 거리공연도 한다. 그들은 생각없이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학습 계획과 인생계획을 세워두고 있다.여중생들은 외모에 관심이 많아 마사지도 하고 다이어트도 해본다.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철없다', '버릇없다'로 매도할 수 없을 만큼 진지하고 성실한 구석도 많다. 다만 어른들이 그들과 접속할 통로를 찾지 못할 뿐이다.
CBS 라디오 103.1㎒ 'N클리닉'(매일 밤 12시)은 좀 더 직접적으로 그들과 접속한다. 'N클리닉'은 청소년 상담프로그램으로, 매일 다른 상담원들(목사, 정신과의사 등) 앞으로 인터넷을 통해 고민을 올리면 사연을 소개하고 전화 연결로 자세한 상황을 들은 뒤 견해를 들려준다.
성폭행당한 여중생의 고민에서부터 성적이 잘 안오른다는 소소한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피임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친구들을 어떻게 사귀어야 왕따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물어온다. N클리닉 홈페이지는 또래의 고민에 대해 답변글을 올려 서로 상담자가 되어 주는 청소년들의 좋은 매체의 역할도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마음 속에 돌멩이가 생긴' 아이들의 응어리와 닿아있다. 그 응어리는 때로 자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쉽게풀어질 수도 있다. 10대 프로그램이랍시고 립싱크 가수들을 비추고 연예인들 사생활이나 들추는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요즈음, 불안하지만 발랄한 청소년들과 만날 수 있는'접속 어른들은 몰라요'와 'N클리닉'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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