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鍼)에 대한 선입관이나 경험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예전부터 아이들이 울 때 겁을 주기 위해 할머니들이 "계속 울면 침 놓는다"고 함으로써 무섭다는 생각부터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릴 적 놀라거나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 할머니가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찔러 피를내던 경험 외에는 실제 맞아 본 적 없는 사람도 적잖을 터.
그러고 보면 침에 대한 첫 경험이 될 수도 있는 '손가락 따기'는 왜 하는 것일까?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은 병을 치료하는 데 '불통즉통 통즉불통'(不通則痛 通則不痛)이란 원리를 제시했다.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으면 아프고 소통이 원활하게 되면 아프지 않다는 뜻이다.
막히면 답답해지고 그 정도가 심하면 고통을 당하게 되는데 이때 그 원인을 바로 제거하느냐 아니면 순리에 따라 풀리도록 하느냐에따라 치료의 방향이 결정된다. 체한 경우 바로 그 원인을 제거하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토(吐)법이다. 음식을 먹고 체한 경우에는 체한 음식을 거꾸로 뱉어내면 되는 것이다.그러나 토할 수 없는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음식물은 이미 몸 속으로 들어갔으니 다른 방법을 써야 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소통이 잘 되도록 처치하는 것이 현명하다. 신체내의 장부가 자체 기운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자극하는 것이 그것. 바로 침으로 경락의 기를 자극해 소통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도 엄지의 손톱 바로 아래를 바늘로 찔러 피를 내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곳에는 혈 자리가 없을 뿐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손톱뿌리를 상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하려면 손가락 끝에 있는 혈자리를 정확하게 자극해야 한다. 다만 응급처치로는 손가락 끝 살이 있는 부위를 찔러서 자극하는 게 좋다. 이때는 열 손가락 다 해도 괜찮지만 양손의 첫 번째, 세 번째, 다섯 번째 손가락 정도만 자극해도 된다.
반드시 피를 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심하게 체한 경우에는 피를 내지만 그것은 큰 물통에 물이 담겨있을 때 아래 쪽에 작은 구멍만 뚫어도 통 속의 물이 아래로 움직일 수 있는 원리와 같이 체한 몸 속의 소통을 더 강하게 하려는 것이다.
권영규(경산대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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