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모국어 능력은 곧 '국가경쟁력'

해마다 한글날이 되면 우리말과 글의 현실을 생각해 보게 된다. 오늘날 영어의 막강한 위력에 눌려 모국어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더 추락했던가. 영어 학습에 우리는너무도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심지어 원어민처럼 영어발음을 하기 위해서라며 혀 수술까지 한다니....

이에 비해 모국어는 이미 잘 하고 있으니 더 이상의 훈련이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국어교육 역시 사지선다형 문제 풀이로 날밤을 보내며 말과 글을 통한 국어생활 교육은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있다. 말하기와 글쓰기를 잘 하려면 상당한 연습이 필요하다. 이는 외국어에 학습뿐 아니라 모국어 실력 향상에도 똑 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더구나 모국어 능력은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한 필수적 조건이다. 직장이나 사회에서 자기 생각을 조리있게 말하고 문장으로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은 개인의 성공을 위한 중요 자질이다.

설득력 있고 논리적인 말과 글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자기가 몸 담고 있는 조직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개인의 사회적 성공뿐 아니라 국가의 힘을 키우는 첩경이다.

한 국가의 문화적 창조력은 그 중요 바탕이 모국어로부터 출발함을 우리는 프랑스의 사례로부터 익히 보아 왔다. 프랑스는 어느 나라보다 모국어를 중시하며 모국어에 기반을 둔 창의적 교육을 바탕으로 문학.예술.철학 등의 영역에서 세계적 인물을 배출해 왔다.

우리도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정부는 국민의 모국어 능력향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학교 교사가 되려면 일정 수준의 모국어 능력을 갖추도록 하고, 그 자격 검정 기준을 세워 교사희망자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신문.방송 등 언론 기관 종사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유럽의 경우 그런 제도가 있다.영어 토익 점수만을 능력과 인사의 잣대로 삼는 것은 크게 잘못된 처사이다. 매년 한글날을 맞을 때만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모국어를 중시하고 그 능력 향상을 위한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우리 문화의 창조력과 우리가 일구어낸 경제력을 세계에 선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말은 그 사용 인구로 보아 세계 20위권 안에 들어가며 잘 정비된 문자와 언어규범을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언어 중 하나이다.

이것은 우리 민족에게 크나큰 자산이다. 우리가 가진 이 자산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때이다. 지난 여름 월드컵 축구를 통해 우리의 역량은 세계에 널리 확인되었다. 이제는 한국문화의 힘과 창조력을 키워 세계에 내놓아야 하며, 이 과업은 모국어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백두현(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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