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표기.발음법 제각각 한글오용 부채질

"국어사전은 천덕꾸러기(?)".

국적없는 통신용어, 맞춤법 틀리는 교과서, 순한글 사용에 무지한 교단 등 국어사전 홀대로 빚어진 한글오용세태가 우리말 사랑을 기리는 한글날의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

우리말 무관심은 국어사전 판매량 감소에서도 잘 나타나고있다. 대구 제일문고에 따르면 국어사전 판매량은 하루 2, 3권으로 2년전보다도 절반가량 줄었다는 것. 이곳 판매직원은 " 그나마 국어사전을 사가는 사람도 40~60대가 대부분이고 학생들은 거의 외국어사전만 구입한다" 고 말했다.

출판사 역시 학생들이 많이 본다는 '새국어사전(두산동아)' '에센스 국어사전(민중서림)'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20~30% 가량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출판사마다 대략 1~8종의 국어사전을 발행하고 있으나, 판매량 급감에 따라 판을 폐기하거나 종류를 줄여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어사전 홀대로 빚어진 한글오용사례는 국어사용의 모범이 되어야 할 학교에서 가장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다.

경북대 사대부속 초등학교 국어담당 교사 박병선씨('우리말살리기' 대구지회 소속)는 "교사들이 '말씀하시겠습니다'를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로, '손뼉치세요'를 '박수치세요'로 잘못 말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교단의 낮은 우리말 의식수준을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추카추카' '방가방가' 등의 컴퓨터 통신용어를 쓰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계명대 국어국문학과 김영일 교수(한글학회 대구지회장)도 "시험 답안지에 '~할는지'를 '할런지', '할른지'로 잘못 표기하는 대학생도 부지기수"라며 "초등학교 교육에서부터 국어사전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국어사전 표기조차도 믿을 수 없다는 점이다. 문화관광부 산하 국립국어연구원이 발행, 가장 공신력있는 국어사전으로 평가받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조껀(조건)', '사껀(사건)'을 '된 소리' 발음토록 하고 있지만, 같은 기관에서 발간한 '표준발음법'에는 '조건' '사건' 등이 '예사소리'로 규정돼 있는 등 들쭉날쭉이다.

일선 교사들은 "기준없는 한글교육과 한글오용에 대한 무감각이 자라나는 세대들의 한글무지를 키워가고 있다"며 "초등교과과정에서부터 국어사전교육 강화를 통한 한글 바로알고 바로쓰기를 가르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