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염색-부드럽고 은은한 멋 저절로...

항아리 가득한 자연염료에 천을 담가 직접 염색을 해보는 천연염색. 대구 팔공산 파계사 인근의 한 염색공방에서 서너명의 주부들이고무장갑을 끼고 천을 매만지며 감물염색에 한창이다.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지만 색깔을 물들이는 재미는 아무래도 그만인 듯 연신 즐거운 표정이다.

군데군데 '쪽'을 심어놓은 공방마당에 켜켜이 쳐놓은 줄마다 내걸린 형형색색의 천은 가을햇살 아래 살짝살짝 펄럭인다.예전 미술시간에 배운 색상표대로는 묘사하기가 힘들것 같은 색깔들이 마당을 가득 메우고 있다.

최근들어 천연염색에 관심을 가지는 주부들이 부쩍 늘고 있다. 그동안 서양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있던 눈길들이 '우리 것'으로 다시금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셈이다. 사실 천연염색은 화학염색처럼 색상이 화려하진 않다. 대신 부드럽고 은은한 색깔이 때로는 신비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한 7, 8년쯤 됐나요? 처음엔 막연히 우리의 전통색깔에 이끌려 천연염색을 하기로 마음먹게 됐어요. 화학염색과는 또다른 은근한 멋과 다름질할때 나는 냄새는 자연과 동화되는 본능을 일깨워 주기도 합니다". 천연염색 전문공방 '햇님달님'(053-986-8669)의 문영숙씨는천연염색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천연염색은 물론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들인 풀, 꽃, 열매, 흙 등을 가지고 섬유에다 물들이는 것이다. 치자로 얻을 수 있는 노란색,땡감.밤송이로는 갈색을 표현할 수 있다. 손톱에 물들이는 봉숭아 꽃물, 포도로도 염색이 가능하며 꼭두서니, 홍화, 양파는 붉은 색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염색재료에 따라서는 상당기간 향기가 은은하게 배어나기 때문에 우리 전통 염색의 우수성은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다. 특히 피부에 자극이 없어 요즘의 아토피성 피부염에도 좋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또한 식물이 갖고 있는 독특한 색소들은 색상자체가 원색보다 한톤 정도 채도가 낮아 오히려 튀지 않고 가라앉은 듯한 색상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천연염색한 천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주며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주는 이점도 있다고 한다. 천연염색이 잘되는 섬유로는 면, 마, 모시,삼베, 실크 등을 들 수 있다.

천연염색.생활한복 전문 '새네'(053-782-9630)의 오수련씨는 "천연염색은 손지갑, 모자, 찻잔받침, 손수건 등 생활소품부터 고급한복까지 일상생활에 쓰이는 모든 것에 응용이 가능하다"면서 "염색이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가정에서도 간단한 소품정도는 한번 만들어 보면 좋을 것"이라고 귀띔한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염색공방 '햇님달님'의 문영숙씨가 제안하는 가을의 대표적 염색재료 감과 황토 이용방법

♣감물 염색과정

1. 떫은 맛이 나는 땡감을 분쇄기로 간다.

2. 잘게 부순 감을 자루에 넣어 즙을 짠다.

3. 짠 즙에다 소금 한 줌을 넣고, 깨끗이 정련한 천을 담근다.

4. 담근 천을 20분 정도 충분히 주물러 준 다음 천을 짠다.

5.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천을 펴서 넌다.

6. 하루 정도 말린 후 물에 담궈 20분 정도 발색시킨 후 다시 햇볕에 말린다.

7. 2회부터는 감즙에 담궜다가 마르면 물에 담그는 과정을 5, 6회 정도 반복한다.

8. 원하는 색상이 나오면 천이 담길 만큼 물을 부은 다음 소금을 넣고 끓인다.

9. 천을 말리면 완성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