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캠프워커 토양오염-4개월째...해결 실마리 못찾아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 토양 오염 문제가 제기되면서 미군기지 오염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토양 오염 문제는 3개월 전 이미 대구 캠프워커(봉덕동)에서도 발생해 있으나 문제 해결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인접 주민들은 지하수 오염을 우려하고 있다. 어떻게 돼 가는 것일까?

◇캠프워커 토양 오염사건=지난 7월8일 캠프워커 기지내 골프장용 연못 굴착공사 도중 다량의 기름에 오염된 토양이 발견됐다. 미군측은 20여년 전 기지내 송유관 파손으로 유출된 기름이 토양을 오염시켜온 것으로 추정했다.

남구청, 미군,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 환경청 등은 곧바로 사고조사처리위원회를 구성, 원인 및 오염도 등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오염 검사 및 처리 대책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가 승강이 끝에 한국측이 참가한 가운데 오염 토양을 채취해 한국자원연구소에 성분분석 등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에 따라 토양 처리 등 대책을 마련키로 합의한 것.

그 결과 검사 의뢰한 30개 샘플 중 4개에서 오염도가 '우려 수준'(2천ppm, 한국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양오염 사실 은폐 의혹=하지만 이번 사건은 미군과 남구청 사이의 협조 관계에서부터 말썽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우선 오염 사실은 발견된 지 40일이 지난 8월19일에야 남구청에 통보됐다. 미군측은 자체 성분검사 및 분석 때문에 통보가 늦었다고 했지만 시민단체들은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게다가 미군은 정밀검사 후 처리대책을 마련키로 했던 당초 약속을 깨고 한국측에 통보없이 오염된 흙 2천t을 기지내 활주로 인근 헬기장으로 옮겼다. 이때문에 옮겨진 곳에서 100m 정도 떨어져 사는 인근 주민들이 지하수 오염 피해를 우려해 항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미군은 "신속하게 토양을 정화시키고 골프장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옮긴 것이고 인체에 즉각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미군시설 내 환경오염 사고를 지역 정부에 보고할 의무가 없다는 SOFA규정에 따라 남구청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측의 무력감=한국측은 토양오염 사실이 밝혀진 이후 줄곧 미군측에 끌려다녔다.첫째, 정밀검사 및 처리방안을 놓고 협의하면서 많은 시간을 대책 없이 그냥 보내야 했다. 그때문에 오염된 흙이 방치됨으로써 2차 오염의 우려가 제기됐다.

둘째, 정밀검사 후 결과에 따라 처리 대책을 마련키로 합의하고도 미군이 일방적으로 오염토양을 옮겼으나 특별히 대응하지도 못했다. 한국측은 흙을 옮긴지 5일이 지나서야 주민의 제보로 알게 됐을 정도.

셋째, 정밀검사 결과가 한국자원연구소로부터 지난달 22일 이미 미군에 통보됐지만 한국측은 그런 사실조차 알 수 없었고, 측정결과 통보 및 현장확인 요청도 미군에 의해 묵살돼 현재로서도 공식 통보는 기다리고만 있는 실정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미군기지는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미군 협조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답답해 했다.

◇관련 단체들의 움직임=미군은 토양내 휘발성 유기물질을 증발시켜 제거·파괴하는 바이오파일(bio-pile) 방식을 이용해 오염 토양을 정화, 기지 내 다른 공사장에 쓰는 등의 방법으로 이를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토양치료 전문가를 고용해 오염토양을 관리 보관한다는 방침도 갖고 있다.그러나 시민단체인 '미군기지 되찾기 대구시민모임'은 서울 용산 미군기지 오염사건을 다루고 있는 녹색연합과 연대해 공동조사 및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김동욱 간사는 "미군의 오염토양 자체 처리 방침은 미군기지 내 환경사건을 공동 논의·조사·대처하자는 SOFA 환경조항의 취지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SOFA 위반 사실을 환경부에 고발하는 한편 관련 조항을 세밀화하는 쪽으로 SOFA 규정 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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