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삶 망친 사이버도박

"저는 인터넷 도박장을 전전하다 2, 3달만에 1천만원을 날렸습니다. 월급 100만원은 물론 중간 정산 받은 퇴직금, 부모님 통장까지 빚갚는 데 모두 써버렸습니다. 하지만 '한번이면 된다'는 생각에 또다시 손을 댑니다. 오늘도 대박꿈에 젖어 50만원을 날렸습니다". (ID 우울)

"재미삼아 시작한 사이버 카지노에 빠져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쓰다 보니 1년만에 1억2천만원을 날려버렸습니다. 가족들은 집을 잃고 정신병까지 걸렸습니다… 도박은 절대 하지마세요. 처음엔 따지만 끝은 뻔합니다". (ID 도중)

도박중독자 모임인 한국단도박회 인터넷 게시판에 오른 글들이다. '한탕'의 유혹에 빠졌던 사람들은 실직.이혼.파산.자살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으며 한결같이 폐해를 경고하고 있지만 한탕에의 유혹은 여전히 시민들을 파멸로 이끌고 있다.

인터넷이 보급된 뒤 헛된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외국의 사이버 카지노를 들락거리는 내국인이 연간 20만~30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이들 대부분은 인터넷 사용에 비교적 능숙하고 신용카드 결제 능력이 있는 젊은 층"이라며 "대부분 국내 사이트를 거치지 않고 외국 도박사이트에 직접 접속하기 때문에 적발키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7월에는 딜러나 도박 프로그램과 승부하는 일반 사이버 카지노와 달리 사이트에 접속한 회원끼리 노름하는 형태의 '하우스형 도박'을 벌인 업자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외국 사이버 도박 프로그램을 공급받아 개설된 이 사이트에는 회원이 5천300여명이나 몰렸고 규모도860억원대에 이르렀다.

사이버 도박은 그 특성 때문에 일반 도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파괴력을 갖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집이나 사무실 등에서 쉽게 접속할 수 있는데다 얼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는 것.

인터넷에는 그런 본격 도박으로 이끄는 사행성 게임들도 넘쳐나고 있다. '사이버 머니'를 주고 받는 포커.고스톱 등은 청소년.여성까지 도박의 늪으로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현금이 오가지 않는다는 한계때문에 도박으로 규정할 수조차 없어 경찰의 단속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명 포털사이트로 검색할 수 있는 사행성 게임 사이트는 현재 50여개에 이르며 고스톱게임을 제공하고 있는 한 사이트 경우 개설된 게임방 수만도 5천600여개에 이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도박 게임'에 빠져들어, 대구시 수성구 ㅇpc방 관계자는 "이곳에서만도 하루 100여명씩이 사행성 게임을 하고 매일 2, 3시간씩 빠져있는 '중독자'도 10여명이 넘는다"고 했다.

이때문에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사행성 게임은 흔한 화제거리가 돼 있다. 이모(대구시 범어동)씨는 "인터넷 고스톱을 하느라 밤을 샌 적이 많다"며, "한번 시작하면 쉽게 손을 뗄 수 없다"고 말했다. 김모(〃)씨는 "게임에서 닦은 실력 덕분으로 실제 고스톱판에서 돈을 딴 적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게임은 '한탕심리'를 드높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제 도박에로 끌려 들어가게 되는 패망의 관문이 될 위험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한국단도박회 회원 김모(대구시 진천동)씨는 "게임일지라도 중독될 경우 실전 도박을 하고 싶다는 욕구로 이어진다"며 "도박을 끊지 못한 중독자들 대부분이 처음에는 게임을 재미삼아 시작했던 사람들"이라고 했다.

또다른 회원 이모씨는 도박의 가장 큰 폐해를 중독성이라고 지목하고, "그 독성은 마약보다 훨씬 강해 스스로 도박의 늪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게임이라도 도박성 있는 것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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