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제삿날이 아니어도
밥상에 대고 머리 조아리던 겨울 아침을 지나왔다.
아내와 아이
셋이서 아무 말 않고 엎드려 맞절하고
대문을 나서고 싶던 아침도 있었다.
그러나 끝내 말하여지지 않을 숱한 아침을
나는 붉은 햇살과 함께 가슴에 묻어두었다.
이 모든 세상의 아침을 추억하는 일만으로도
절해고도의 또 한생을 묵묵히 견뎌낼 수 있겠다!며
메타세쿼이어 초록불 하늘로 솟구치는 길 따라
지평선까지 내처 가고 싶던 아침이 있었다.
-이면우 '세상의 모든 아침'
◈ 밥상을 앞에 두고, 문득 오늘 하루도 용케 이 밥이 내 입속으로 들어가는구나 하는 생계의 위태로움! 아니면 한 알의 밥알을 위해 태양, 맑은 바람, 이슬, 농부의 수고 등에 대한 깊은 감사함 때문에 정말 제삿날이 아니어도 밥상 앞에서 마구 절하고 싶은 때가 있다.
또 이 흉포하고 간난한 세월, 아무 탈없이 하루하루 대문을 무사히 나설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여 누구에게나 마구 절하고 싶은 그런 아침도 있다. 정말 우리는 이런 삶을 살고 있다 친구여.
김용락〈시인〉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