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욕설 국회의원' 歲費 감봉하자

어제 국회 본회의장은 방청석에 앉은 남녀중학생들에게 훌륭한 민주주의의 교육장이었다. "국회의원들이 이렇게 깽판을 쳐도 나라가 돌아가니 우리나라 좋은나라"-이런 생각이 들었을 걸 생각하니 기가막힌다. 남우세스럽다.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첫날, 민주·한나라 양당 의원들은 정책질의를 완벽하게 외면했다. 욕설과 야유, 무차별 폭로전으로 하루해를 빠트렸다.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의 장관들은 실컷 구경만 하다 돌아갔다.

이재오 의원이 DJ 노벨상 의혹을 제기하자 민주당쪽에서 "너 양아치냐"고 퍼붓기 시작했고, 전갑길 의원이 이회창 후보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설 발언엔 한나라쪽에서 '미친×, 또라이' 소리가 터져나왔다. '한마리 연어'로 유명한 송석찬 의원이 이회창 후보의 아버지를 친일파라고 공격했을때 '능지처참할-'까지 튀어나오면서 국회는 난장판이 된 것이다.

중학생들의 방청표정이 담긴 신문사진을 보면서 우리는 심각한 위기감에 빠지게 된다. 문제는, 빙그레 웃는 아이들의 얼굴이 "괜찮아요, 다 알고 있는데요 뭘"하는 표정이어서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이다. 그것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기막힌 '면역성'이다.

국회가 민생과 정부감시를 팽개치고 상대방 쥐어뜯기에 혈안이 된 것은 대선을 앞둔 기선제압 전략임이 뻔하다. 이회창·노무현·정몽준 세후보 모두 당선안정권 밖인 상황에서, 상대방이 또 어떤 악재(惡材)를 터뜨릴까 하는 '불안의 심리'가 거꾸로 '공격성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것이다.

더구나 국회내 발언에 대한 면책특권이 막말과 '매터도'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음에 실로 개탄스럽다. 최소한 막말과 욕설 등 저질표현에 대한 벌칙이라도 있어야겠다. 돈에 약한 국회의원들이니 민간심의기구 같은걸 만들어서 세비(歲費)감봉 조치를 할 것을 제안한다.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다.

오늘 한 신문은 '경제는 얼음판, 정치는 난장판'이라고 표현했다. 바로 국난(國難)이라는 얘기다.당장 싸움을 중단하라. 박관용 국회의장의 호통처럼, 부끄러운 줄 알고 제발 품위를 좀 지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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