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기' 대구공항 현주소

대구~부산~도쿄 항공 노선 신설이 5개월째 지지부진하다. 이때문에 중국 노선 위주에서 탈피해 일본.동남아 등으로의 취항 확대를 노리는 대구공항 지방 중추공항화 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 국제노선 다변화의 첫 단추에서부터 문제가 생긴 것.

이래서는 중추공항 경쟁 상대인 김해공항에도 갈수록 뒤처지기만 할 뿐 아니라, 2004년 경부고속철이 개통될 경우엔 대구공항이 존립기반마저 흔들릴 위험에 놓였다. 어떤 돌파구가 필요한 것일까?

◇중국 중심의 국제선 = 지난해 5월18일 국제선 청사가 준공된 뒤 대구공항 국제선은 괄목할 성장을 해 왔다. 대구~부산~오사카주 1회, 대구~상하이 주 2회에 불과했던 국제선이 지금은 대구~칭다오 및 대구~옌타이 각 주 2회 등 총 주 20회로 는 것. 오는 12월부터는중국 동방항공이 대구~옌타이 노선을 추가로 주 1회 운항할 예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노선의 중국 편중성. 현재의 주 20회 중 대구~방콕(주 2회) 노선을 뺀 주 18회는 전부 중국노선인 것이다.

노선 다변화를 위해 대구~부산~오사카 노선을 폐지하면서까지 역점을 둬 온 대구~부산~도쿄 노선 취항은 5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노선 편중은 이용 승객 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한해 대구공항 국제선 승객 6만명 중 중국노선 승객은 전체의 74%인 4만4천504명을 차지, 일본노선 승객 5천435명의 8배에 이르렀다.

◇위협 받는 국내선 = 국제선 운항이 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대구공항 승객 대부분은 국내선에 집중돼 있고 특히 대구~서울 노선이 대부분이다.

공항공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6월까지 대구공항 이용자 110만9천607명 중 무려 95.5%(105만9천471명)가 국내선 승객이었다. 국제선승객은 4.5%인 5만136명에 불과했다. 특히 대구~서울 승객은 78만7천485명으로 전체 승객의 70.9% 및 국내선의 74.3%를 차지했다.

이러한 현실은 대구공항이 2004년의 고속철 개통에 극도로 취약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대구~서울 사이를 1시간30여분만에 주파하는 고속철이운행을 시작하면 항공승객의 65%가 감소할 것이라고 건교부까지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서둘러야 할 노선 다변화 = 이때문에 고속철 시대에도 대구공항이 계속 기능하고 나아가 대구지역의 국제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려면 노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 이견이 없다.

다변화 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국제선의 다양화. 중국노선 일변도에서 탈피해 일본노선을 개설하고 홍콩.마닐라.싱가폴 등 동남아 관광 노선 확보도 절실하다. 국제선 다변화는 대구공항을 살리는데만 필요한 것도 아니다. 대구가 앞으로 세계 속의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국과 바로 연결하는 항공로의 개척이 무엇보다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인 것이다.

일본 경우 인구 100만도 안되는 작은 현 단위에서까지 국제선 개설을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역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관광객 유치에도 절대 필요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김해공항에 집중돼 있는 지방공항의 국제노선을 대구로 일부 안배해 주도록 건교부에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해공항에는 12개 항공사가 7개국 16개 도시로 주 255편의 국제선을 운항 중이다.

또하나의 제안은 국내선 다변화이다. 현재는 서울.제주로밖에 노선이 개설돼 있지 않지만, 여행객이 많은 강원지역은 물론이고 호남 쪽으로도연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같은 곳에서 흔히 이용되는 더 작은 형태의 여객기 운항 필요성도 그래서 함께 제기되고 있는 중이다.

◇공항 시설 보완 시급 = 대구공항이 대전 이남의 중추공항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공항 인프라 강화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군용공항이라는 특성때문에 대구공항 활주로는 민간항공기 안전 착륙에 부족한 결함을 안고 있다. 지형상 북서풍이 많이 불어 항공기들이 이를 맞바람으로 이용해 동남쪽에서 계기착륙시설(ILS)의 유도 아래 착륙하고 있으나, 동남풍이 불 때 택할 수밖에 없는 역착륙 때를 대비할 준비가 소홀한 것도그 중 하나.

특히 북서쪽에는 건영산(518m) 명봉산(481m) 함지산(287m) 등이 있어 산 일부를 깎아내지 않는 한 계기착륙시설을 설치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때문에 매달 한두번 발생하는 역착륙 때는 항공기들이 시계 비행에 의존하고 있다.

2004년 주활주로 보수공사가 시작되면 예비활주로를 사용해야 하지만 크고 작은 산들이 그 앞을 막고 있는 등 문제를 안고 있다. 민간항공기 급유시설이 없어 군용을 빌려 쓰고 있기도 하다.

항공기 대기장소인 주기장 역시 추가 확보돼야 한다. 5대의 중형기를 세울 수 있는 주기장이 있지만 1개는 비상 착륙 대비용이다. 현재는 주기장부족 현상이 없지만 도쿄 노선이 가동되면 포화 상태에 이를 전망.

국제선 증가로 세관.출입국사무소 등 직원들의 상주가 필요한데도 아직 사무실조차 마련되지 못한 점, 공항 통과 6개 시내버스 노선의 공항 구내 연결 필요성, 주차료가 전국 국제공항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점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돼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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