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조선 중심은 요동이었다"

국내 사학계에서 우리나라 고대사만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도 찾기가 쉽지 않다외세를 끌어들여 통일한 신라때부터 중국의 눈치를 봐야했던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사대주의 사관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우리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를 맞으면서 그 절정에 달한다.

점령국의 논리에 따라 일본은 식민지의 고대사를 철저하게 파괴했다. '한민족의 역사는 한반도에 국한된다'는 소위 '반도사관'을 확립했고, 해방 후 국내 사학계에 절대적인 강자로 군림했던 고 이병도 박사가 그 주역이었음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재야사학자들이 단군과 고조선에 대한 연구를 통해 우리 민족이 반도가 아닌 중국의 만주와 러시아의 바이칼호 인근까지 아우르는 강대국을 건설했었다는 주장을 내세웠지만 번번이 묵살됐고, 단군과 고조선의 건국은 아직까지 신화의 한 부분으로 남아있다.

102세의 노익장을 과시하며 왕성한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는 최태영(학술원 회원, 전 서울대 법대 학장)옹의 '한국 고대사를 생각한다(눈빛 펴냄, 1만원)'는 이러한 왜곡된 고대사 문제를 다시 논쟁의 장으로 불러들여 우리 역사를 바로잡고자 하는 의욕을 엿보게 하는 역작이다.

2000년 펴낸 '인간 단군을 찾아서'를 수정, 보완하고 80년대에 발표한 논문인 '고대의 법사상과 전통사상' '한일고대사' 등을 덧붙인 이 책은 '반도사관'을 통해 우리나라 역사를 배운 이들은 누구나 한번쯤 읽고, 바로 알아야 할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여러 사료들을 통해 단군신화, 고조선 건국, 한사군 문제가 어떻게 왜곡됐는가를 밝히고, 단군은 고조선을 통치한 실제 인물이며 고조선의 중심부가 요동이었음을 천명하고 있다.

또한 고조선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을 '절대다수 절대행복'이라는 근대 경제·법학 개념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금법8조·화랑도·제천의식 등 고려까지의 여러 제도와 풍습을 거론하면서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옹의 경우 25세때 대학교수가 된 이후 수많은 지식인들과 교류했는데 일제의 우리나라 역사 왜곡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사편수회와 얽힌 이야기나 위당 정인보 선생과의 교류 등 당시 지식인들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이야기도 재미를 더해준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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