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부러운 '노벨상'

스웨덴 갑부 노벨의 유언에 따라 그의 사망 4년 뒤인 1900년에 만들어진 '노벨상'은 지구촌 최고의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상이다.엄청난 상금은 차치하더라도 이 상의 수상만으로도 세계적인 명예와 지위 상승 효과를 누리게 된다.

가장 인기 있고 대중적인 문학상의경우 수상 소식이 알려지면 세계 각국은 수상작을 번역해 베스트셀러로 부각시키므로 유명해질 뿐 아니라 '돈 방석'에 앉게 된다. 국적이나 성별을 불문하고 창의성이 빼어나고 인류에 크게 이바지한 사람들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더욱 빛나는 상으로 자리매김했었다.

▲하지만 이 상의 제정에는 적지 않은 우여곡절도 있었다. 우선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된 가족·친척들의 반발이만만치 않았다. 스웨덴 국왕은 돈이 다른 나라로 나가는 것에 대해 달갑지 않게 여겼으며, 정치인들과 언론도 '비애국적'이라고 비판했다. 지명된 심사기관들도 행여 불공정 시비에 휘말릴까 참여를 꺼렸다. 하지만 바로 이런 요인들이 노벨상의 명성을 높여온 셈이다.

▲일본 교토의 정밀기기제작회사인 시마즈제작소의 분석계측사업부 연구원인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43)의 노벨화학상 수상 소식은신선하다. 그가 개발한 '소프트레이저 탈착법'은 단백질 질량 분석으로 신약 개발이나 암 초기 진단의 기초가 됐지만, 박사도 대학교수도 아닌 학사 회사원(주임)이라 자신도 귀를 의심할 정도로 무명 과학자였다. 더구나 국제특허 등록마저 하지 않았으며, 이 연구로 받은 돈이 회사가 준 보상금 1만1천엔(약 11만원)이 고작이었다 한다.

▲그의 수상 소식은 일본 열도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면서 이런 인재를 알아보지 못한 기업과 사회 풍토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소리도 나오는 모양이나 한림원의 '밝은 눈'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실험실에서 실수로 '위대한 발견'을 한 셈이기도 하지만, 결코 운이 좋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평소 머리 감는 시간도 아까워 삭발해버리고, 연구에 몰두하기 위해 승진 시험까지 거부했다고 하지 않은가.그래서 '내가 노벨상이라고요?'라는 그의 말은 더욱 값져 보인다.

▲헝가리 작가 임레 케르테스(73)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도 마찬가지다. 유태계 독일인인 그는 수상 소감에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덜게 됐다'고 기뻐했다지만, 그의 작품은 10대에 겪었던 아우슈비츠의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사회적인 폭압 속에서 개인의 생존을 탐구해 영광을 안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여태 단 한번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밖에 내지 못했으며, 로비설 등 뒷말이 적지 않다. 우리의 목표는 물론 노벨상은 아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아쉽다는 생각을 새삼 해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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