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2년 노벨문학상 수상 임레 케르테스 작품 세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유대계 헝가리 소설가 임레 케르테스(73)는 올해 처음으로 본선 후보로 올랐다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그는 나치 치하에서 겪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체험을 바탕으로 폭력적인 사회제도 아래서 신음하는 개인의 자유와 그들이 극한상황에서 살아남는 모습을 작품으로 형상화해왔다.

1975년 발표한 첫 소설이자 대표작이 된 '운명없는 사람들(Fateless)'은 나치 강제수용소에서의 체험을 작품화한 것이다. 15세 유대계 소년이 전후 수용소 체험의 고통을 감수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출간 당시 헝가리에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1985년 재판을 출간하면서 일약 유명해졌으며 서유럽에 일제히 번역됐다. 이 작품은 1996년 독일어로도 번역됐다.

이후 수용소 체험과 관련된 '운명없는 사람들' 시리즈 3부작 '좌절(A Kudrac)'(1988),'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Kaddish for a Child Not Born)'(1990)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그는 1977년작 '길을 발견한 사람'을 비롯, '문화로서의 홀로코스트''영국의 깃발''누군가 다른 사람' 등 1990년대말까지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하며 유대인 학살문제와 유럽사회에서 일어났던 반인륜적 집단학살의 문제를 작품화해왔다.

시 '예루살렘'을 비롯해 드라마, 수필 등 다방면에 걸쳐 글쓰기를 해왔던 그는 몇 년 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콘라드 죄르지와 더불어 헝가리 현대문학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새로운 소설을 쓰려고 할 때마다 왜 항상 아우슈비츠를 떠올릴까"라고 자문한다는 케르테스는 유대인 집단학살 문제를 어떻게 문화적으로 풀 것인가를 평생 고민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한국외국어대 헝가리어과 한경민 교수는 "케르테스의 문학은 일관되게 유대인학살문제를 다루고 있다"면서 "그는 아리안족이 유대인에게 반감을 가진 이유와 집단학살에 침묵했던 유럽인의 의식구조를 파헤치기 위해 헝가리내 유대인 모임을 통해 끊임없이 전통문화를 탐구하는 열정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그의 작품은 아직 국내에 번역, 소개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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