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대구대에서는 '사회복지와 노동'이란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큰 화두는 국가로부터 일정액의 보조금을 받는 기초생활보장제수급권자 등 갈수록 많아지는 우리사회 빈곤층에게 '노동할 권리'를 어떻게 보장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 대구대 경제경영연구소와 우리복지시민연합이 공동 주최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계명대 사회복지학과 김환준 교수는 "과거 완전고용 상태에 가까운 안정적인 구조였던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세계화가 요구하는 노동시장 유연성의 증대로 인해 불안정한 구조로 급격히 재편되는 과정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불평등과 빈곤이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사회보험제도의 미성숙 및 그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계층의 광범한 존재로 빈곤에 대처하는 적절한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어진 판단.
김 교수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는 빈곤계층에 대한 최후의 안전판으로 국민기초생활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2001년 10월 현재 그 생계급여수급권자는 약 151만명으로 최소 600만에서 많게는 1천200만명으로 추산되는 빈곤인구의 절대 다수가 재산기준 또는 부양의무자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수급 대상에서 탈락되는 실정이다.
게다가 151만명의 생계급여 수급자 중 4분의 3 이상은 노동 능력이 없는 노인·장애인·아동이며, 나머지 33만여명이 이른바 노동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분류돼 노동활동에 실제로 종사하거나(27만여명), 자활계획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조건부로(6만여명) 생계급여를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저소득층의 노동권과 관련해 주목 받는 것은 바로 이 33만명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인구집단"이라며, "실제로 소득및 재산기준과 부양의무자 규정으로 인해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는 되지 않았으면서 저임금과 불안정성을 특징으로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임금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선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와 비슷한 특성을 보유한 인구집단은 상당한 숫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 교수는 "그 가운데 시간제·임시직 노동에 종사하는 이른바 워킹푸어(working poor)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의 상향조정이나 미국의 근로소득공제제도(Earned Income Tax Credit)와 같은 임금보조제도의 도입 등 적절한 소득 유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함께 고용의안정성을 촉진하는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정량의 노동을 조건으로 생계비를 지급하는 조건부 수급제도와 관련, 김 교수는 "생계급여를 주는 조건으로 자활노력 의무를 부과하는것은 현실적으로 자활이 성취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다소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이들은 노동시장에 진입하거나 노동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사회·경제적 장벽들을 갖고 있고 국가가 이들을 위해 공공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민간 또는 제3섹터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지 않으면 자활이라는 목표는 궁극적으로 달성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도 국민기초생활 보장제도 등 일련의 국가 복지정책이 단순한 시혜로 간주되어선 안되며 빈곤층이 요구해야 할 당연한 기본권으로 인식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일치했다.
최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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