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관극장들 추억속으로

대구 명소로 자리잡았던 대형 극장들이 추억속으로 사라지고 있다.가장 최근 무기한 휴업공고를 내건 '시네아시아'를 비롯, 대구극장, 자유극장, 송죽극장 등 올해 극장협회에 휴.폐업신고를 낸 극장만도 4곳.

지난 4월 휴관신고를 내고 사실상 폐업에 들어간 대구극장, 지난 3월과 6월에 폐관신고를 낸 자유 1, 2극장, 지난 3월에 폐관신고를 낸 송죽극장 등에 이어 제일극장에 이르기까지 복합상영관의 화려한 불빛사이에 그 명맥을 다해가고 있다.

"좌석이 매진돼 '정원초과'푯말을 내걸거나, '임검석'에 앉은 경찰들이 취객이나 관객들의 질서유지를 도맡아야 할 정도로 극장에 사람이 붐비던 때도 있었어요". 대구 극장협회 서상도 전무는 단관극장들의 잘 나가던 시대를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

한때 '대(大) 대구극장'의 별칭까지 지녔던 대구극장 골목은 대구의 대표적인 영화골목이었고, 자유극장 역시 시사회를 연이어 열어 젊은이들의 발길이 줄을 잇던 곳이었다.

청소년탈선 방지를 위해 심야상영의 규제가 내리기까지 푸른극장, 해바라기극장, 동성아트홀 등 소극장만 대구전역에 30여곳이 이르던 1980.90년대, 극장은 젊은이들의 폼나는 오락거리였다.

대구 극장협회에 따르면 당시에는 메가박스, 만경관, 아카데미, 시네시티 한일 등 복합상영관이 주류를 이루는 요즘(53개관)보다 더 많은 스크린 수를 자랑하던 때도 있었다.

9일 오후에 찾은 시네아시아는 불이 꺼진 객석과 몇달전 개봉영화 포스터만 붙어 있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대형 단관극장의 오늘을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지난달 2일 휴관을 결정한 시네아시아는 스크린 2개관에 1천여석이 넘는 객석, 35㎜ 대형화면, 최초의 서라운드 음향시스템도입 등으로 1990년대 말까지 40여년동안 대구 대표극장으로 각광 받아왔다.

"1, 2년전까지만 해도 관객이 발 디딜 틈 없이 극장을 메우곤 했어요".시네아시아 나영호 실장은 극장과 영화사의 1대1 거래관계가 유효했던 90년대말까지를 '단관극장의 황금시대'로 기억하고 있다. 콜롬비아 영화사와 거래를 하던 시네아시아는 당시 대구에서 유일하게 '맨 인 블랙'과 '고질라'를 개봉, 연석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었다고.

그러나 시네아시아도 다른 대형단관극장들과 마찬가지로 대구의 잇단 복합상영관 출현에 타격을 입고 휴관을 결정하게 됐다.

나 실장은 "보고싶은 영화를 마음대로 골라볼 수 있는데다 화려한 시설을 갖춘 복합상영관에 젊은 영화관객들이 몰리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라면서도 "현재는 임시휴관상태에 있지만, 극장이 다시 문을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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