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다한 인파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아버지의 뒷모습, 등을 보이고 멀어져 가는 사랑하는 님의 뒷모습, 먼 산을 바라보고 선 스님의 뒷모습.... 우리가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읽는 것은 무엇일까. 쓸쓸함, 진실성 아니면 무상감(無相感)?
올 노벨문학상 최종 후보로도 물망에 올랐던 프랑스의 원로작가 미셸 투르니에(78). 그가 쓴 '뒷모습'이란 영상 에세이집이 서점가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지금이 가을이어서일까.
친구이자 작고한 사진작가 에두아르 부바가 남긴 사진에 글을 붙인 이 책이 나온 것은 사실 10년전이다. 고려대 김화영 교수(불문과)가 파리 뒷골목의 한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우연히 발견하자마자 곧바로 번역 출간해낸 계절이 가을이란 것도 시절인연 때문이리라.
우연일까. 문화신학자 김승철씨가 지난 여름에 펴낸 '전시회에 간 예수, 영화관에 간 부처'란 책 중 '일면불 월면불'(日面佛 月面佛)이란 주제의 글에도 '뒷모습' 이야기가 나온다. 숱한 명화(名畵)와 많은 사진을 곁들이고 있는 점도 유사하다.
이 책은 아무런 모습이 없는 인간의 뒷모습에서 '무상'(無相)의 의미를 읽고 있다. 그것은 곧 무상의 존재인 부처의 자리요 신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거짓이 없으며 그지없는 표정과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무상이요 신의 자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 저서의 논지는 '뒤쪽이 진실'이라는 것이다. 앞은 겉모습이요 뒤편이 참모습이라는 것이다. 가을날 우리가 책을 읽는 것도 이처럼 자신과 타인의 뒷모습을 발견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올 가을은 유난히도 책을 찾는 사람이 없다고 서점가가 울상을 짓고 있다. 비주얼 시대라 읽기보다 보는 것에 익숙해졌더라도, 이같은 영상에세이집 한 권 정도는 펼쳐보자. 뒤편의 진실을 찾다가 앞모습까지 풍성해지는 가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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