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오산에 울려퍼진 주옥같은 가을의 시

가을에는 떠나야하네/산마루에 올라 사슴처럼 돌아보지 말고/훌훌 떨치고 떠나야하네/우리들 생각도 물이 들어 단풍으로 타는 목마른 가을 산의 갈증을 누가 아는가…(박찬선)

지난 12일 오후6시 가을 단풍이 불붙기 시작한 금오산 분수공원에서 구미시와 구미예총이 주최하고 한국문인협회 구미지부가 주관한 '제1회 금오산 시 낭송회'가 2천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홍윤숙.김후란.이태수.박찬선 시인 등 전국에서 20여명의 문인들이 모여 주옥같은 싯구들을 쏟아내 가을 밤하늘에 수놓았고, 성악가 김완준.이화영, 가수 해바라기.조덕배 등이 초청돼 여흥을 돋웠다.

특히 원로 김후란 시인이 '꿈빛 은행나무' 조영일 '가을강' 권숙월 '단풍 앞에서-나무는 벗은 옷을 다시 입지 않는다' 박찬선 '가을에는' 박태환 '코스모스' 등 가을시를 낭송해 깊어가는 가을밤의 정취를 더했다.

시 낭송회를 처음으로 마련한 김관용 구미시장은 "오늘 이 시간만이라도 젊은 시절 가슴 한켠에 자리했던 시심으로 돌아가 추일서정(秋日抒情)을 대변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매일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강문숙 시인이 "그것은 사랑이야, 꺼지지 않는 목숨이야/바람이 중얼중얼 경전을 외우며 지나가네/나무들의 즐거운 흔들림 속으로 나는/하늘을 높이 밀어올리네/세상 모든 흔들리는 것들로부터 가을은 가네(가을 나무에 대한 명상)"라고 노래하자 시민들은 우레같은 박수로 대답했다.

한국문인협회 박태환 구미지부장은 "지금까지 이곳 구미야말로 문화예술 도시라는 이미지가 첨단전자산업도시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열린 금오산 시낭송회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열의로 봐 충분한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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