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 스포츠 영웅 함봉실

북한의 여자마라토너 함봉실(28)이 북한의 최고 스포츠 영웅으로 떠올랐다.부산아시안게임 여자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함봉실은 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북한에 첫 아시안게임 육상 금메달을안겼고 마라톤에서는 남녀 통틀어 최초로 월계관을 썼다.

특히 북한이 자랑하는 유도스타 계순희가 동메달에 머물고 목표로 했던 종합 4위에 턱없이 모자라는 성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유종의 미'를 거둔 것이라 더욱 빛을 발한다.

북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마라톤을 종합 대회에서 가장 의미있는 종목으로 생각한다.김일성 주석이 살아 생전에 투지와 끈기를 키운다는 이유로 집중 육성했던터라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의미도 갖고 있다.

지난 99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정성옥이 체육선수로는 유일하게 최고 권위의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은 것만 봐도 마라톤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함봉실은 지난 88년 정성옥과 함께 운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하지만 정성옥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최고의 영웅이 됐지만 함봉실은 국제대회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한 채 정성옥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정성옥이 은퇴한 뒤에도 묵묵히 선수 생활을 계속하던 함봉실은 데뷔 12년이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8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로는 가파른 상승세.지난해 베이징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하프마라톤에서 우승했고 지난 4월에는 만경대상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정성옥이 가지고있던 종전 최고기록(2시간26분59초)을 37초나 앞당긴 2시간26분22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그리고 지난 8월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5000m와 10000m를 우승, 2관왕에 오르며 아시안게임에서의 선전을 예고했다.

하지만 당시 콜롬보에서 함봉실을 만난 대한육상연맹 관계자는 "정성옥과 함께 마라톤을 시작했고 이제는 기록도 더 좋은데 여전히 대접은 정성옥에 미치지 못한 것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같았다"고 전했다.

1차 목표였던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마라톤 인생의 꽃이 피기 시작한 함봉실이 이제 노리는 것은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우승.

함봉실은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서 꼭 1위를 해 김정일 장군님께 큰 기쁨을 안겨드리겠다"는 말로 각오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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