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0대 시인 민경남씨 '못말리는 책수집광'

한 60대 시인이 시집 1만여권을 비롯해 서적 2만3천여권을 수집, 소장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민경남(61.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동신도시 은하마을 511동602호)씨.민씨는 국내 여류시인 시집 280권을 포함한 시집 1만여권, 1895년(구한말)부터 최근에 이르는 초.중.고 교과서 5천여권, 창간호 등 각종 잡지 8천여권 등을 모아 살고 있는 아파트와 부천시 오정구 작동 고향집에 보관하고 있다.

그는 20대 중반부터 주로 인천 동구 금창동 '배다리'거리 헌 책방에서 책을 샀고, 10년전부터는 서울 '호산방'(없어짐)과 '통문관' 등 고서점에서 구하고 있으며, 가끔 대구와 천안 고서점가에도 내려가 책을 모으고 있다.

소장 책에는 민씨가 고교 2년때 처음으로 산 시집인 노천명의 '사슴의 노래'와'산호림',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김억의 '오뇌의 무도', 박종화의 '흑방비곡', 김남조의 '나아드의 향유' 등이 있다.

또 한글학자 주시경선생의 제자 김두봉이 1920년대 중국 상하이(上海)서 쓴 '깁더조선말본'('깁더'는 '깁고 더했다'란 문구를 줄여 쓴 표현), 영친왕 사부(師父)로 보신각 현판을 쓴 당대 최고 서예가 김규진이 만든 서예교본인 '서법진결', 사육신인 박팽년의 9대 손인 경여씨 등이 1711년 단종의 죽음에 대해 쓴 '장릉지'1, 2권 등 희귀본도 포함돼 있다.

민씨가 이렇게 책을 수집하게 된 것은 35년전 시인으로서 집에 시집이 좀 있어야 겠다는 생각에 한권 두권 모으기 시작해 지금은 시집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서적을 갖게 됐다.

민씨의 책에 대한 애착은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6.25 전쟁중으로 모두 어렵게 살때 '학원'이란 잡지를 한 급우가 자기만 보고 친구들에게 보여주지 않아 방에 가득히 책을 쌓아 놓고 실컷 읽어야 겠다고 벼른게 오늘의 '책 수집 광'으로 되었다.

그는 대대로 내려오는 논과 밭이 있는데다 한때 공무원을 했고 법무사 업무를해 살림은 그리 쪼들리지 않았지만 1남2녀를 가르치고 먹고 사는 비용을 뺀 나머지는 책을 사는데 모두 썼다.

부인 박승란(54)여사가 책 모으는 것을 말없이 따라준게 고맙고, 아들딸이 지금도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아버지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는 책들을 가져와 마음이 든든하다.민씨의 바람은 더 값지고 많은 책을 모으는 것 말고도 책을 전시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때 부천시가 민씨의 책 등을 전시할 '교육박물관 건립'을 추진했지만 지지부진한 실정이다.민씨는 "하루빨리 고향 부천에 상설 전시공간이 생겨 많은 사람들이 책을 보게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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