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클릭-'그때 그 시절'골목길 이야기

"그때 그 시절, 그 골목을 아시나요?"

'진골목' '성밖골목' '뽕나무골목' '미싱골목' '돼지골목' '신발골목' '함석골목'… 대구 서민들의 발길을 흥겹게 했던 그 골목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대구시종합자원봉사센터 산하 '문화봉사단'과 대구 YMCA가 공동 제작한 '골목문화 가이드북'은 이처럼 골목길을 좇아 옛 대구의 원형을복원해가는 현장답사기다. 동네 토박이 주민들의 구전(口傳)과 시립 도서관등에 보관된 문헌들을 바탕으로 엮어졌다.대구사람도 잘 모르는 대구, 그 속으로 떠나볼까.

▨'대구 100년사 골목' 코스

▲청운의 꿈을 품고 과거보러 가는 길, 성밖골목.

현재 약전골목내 이름없는 칼국수집이 유명한 성밖골목은 대구읍성이 축조될 당시인 1590년부터 철거되기 전까지 '영남대로(嶺南大路)'나'경부가도(京釜街道)'로 불렸다. 남쪽으로는 봉덕동 미8군기지와 봉산문화거리로부터 북쪽으로는 달성공원, 달성초교, 칠곡 읍내동까지 이어지던 길이었다. 약령시가 정착되고 약령시의 기능을 보완하는 여관, 식당, 객주집이 들어서면서 작은골목으로 쇠락했다.

▲뽕나무골목엔 뽕나무가 없다?.

계산성당~동아쇼핑의 좁은 골목을 일컫는 뽕나무골목에는 근대 민족 선구자들의 정신이 서려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한 계산동 일대는 이상화 고택,독립운동가 이상정 고택, 국채보상운동주창자 서상돈 고택 등이 자리잡아 대구 근·현대사의 아스라한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대구선교사들의 예루살렘, 동산.

달성서씨 문중의 산이었던 동산은 대구 기독교인들에게는 성지와 다름없다. 18세기 초 명당자리로 소문이 나면서 밤에 몰래 묘자리를 쓰고 가는 일도 부지기수였다고. 결국 값이 떨어진 땅은 개화기 대구에 정착한 선교사들에게 팔렸고, 계성학교, 신명학교, 제중원(현 동산의료원), 제일교회, 선교사 주택이 들어서면서 기독교 선교활동의 중심지가 됐다. 이밖에도 중앙시네마 뒤편 옛 달성서씨들이 살았던 부자골목인 '진골목', 점집이 많아 도심속의 무당골로 불리는 동아쇼핑 맞은편 '남산동 아미산', 화교는 없고 그들이 지은 건물만 남은 '화교거리'(남성로~북성로)등은 '문패'만 남은 곳이 됐다.

▨'대구 저잣거리' 코스

▲미나카이(三中井) 백화점을 아십니까?.

향촌동은 달성공원과 더불어 구한말, 일제 강점기와 현대를 연결시켜주는 고리. 일본 강점기에 중앙시장을 중심으로 향촌동, 포정동, 북성로일대는 대구의 중심 번화가였다. 이중 일본 주민들을 위해 들어선 5층짜리 '미나카이 백화점'(현재 대우주차장)은 당시 비행기를 타는 것과 같았던 엘리베이터와별미우동으로 대구의 명동이나 다름없었다.

▲일제강점기 최대상가, 북성로 공구골목.

북성로는 일제 강점기 은방울 모양의 수은가로등이 대낮처럼 밝아 일본의 '은좌(銀座)'로 불렸다. 당시에는 동네이름이 '모도마치(元町)'로 불렸고, 현 중부경찰서~금호호텔 인 '혼마치(本町)'와 더불어 대구 최고의 상가였다. 미나카이 백화점을 끼고 있는 명물거리이기도 했다. 지금은 옛날 번화가임을 추측할 수 있는 수많은 일본식 건물과 오래된 건물만이 삭막한 북성로를 지키고 있다. 동산파출소~경상감영로~중부경찰서 구간의 '화공약품거리'. 화공약품상이 300여m 줄지어 서 있어 오래 전부터 상습화재지역이었으나, 그 전에는 향촌동과 함께 혼마치(本町)라고 불리던 대구최고의 유흥가였다.

▨문화와 삶이 있는 골목

▲일본인 집단거주지가 담장허물기의 중심지로.

일제 강점기 삼덕동, 동인동, 봉덕동 건들바위쪽에는 일본상인들과 공무원들이 많이 모여 살았다. 현재 삼덕동에는 일본인들이 관사와 주택으로 쓰던 일본집들이 30채가량 남아있다. 당시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이곳은 복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대구지역 시민단체와 마을만들기 운동이 펼쳐지면서 담장허물기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구의 인사동이라고 불리기엔 어색한 봉산문화거리.

1992년 문화거리로 지정된 후 화랑, 고 미술품, 고 서적점, 표구사, 화방 등 모두 39개 업소가 입주한 봉산문화거리. 파스텔톤 간판이 눈에 띄는 이곳이 서울의 인사동에 뒤지지 않는 곳으로 변할 날을 손꼽아 보자.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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