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사교육비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교육비는 26조원으로 올해국가교육예산 21조원을 넘어섰으며, 공교육비의 두 배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도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라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망국병'이 수그러들기는커녕 하늘 높은 줄을 모르니 큰 걱정이다. 학교에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학부모들이 어쩌자고 저마다 이처럼 막대한 사교육비를 퍼부어야 하는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냉정하게 보아 사교육비 문제는 대학 입시 등 교육제도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 하지만 과도한 교육열과 배타적 경쟁심을 지닌 학부모들의 왜곡된 의식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정서는 '기러기 아빠'와 이민이 늘어나는 결과까지 부르고 있지만, 과연 우리 교육의 경쟁력이 국민의 기대 수준을 따라가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너무나 회의적이다.
▲서울 강남에 학원도 아니고 개인과외도 아닌 '과외방'이 성업중이라 한다. 3주 과정의 이 신종 변칙.고액 족집게 과외는 3~4평 짜리 오피스텔 등에 책상 2, 3개씩을 놓고 가르치는 게 특징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세무조사를 꺼려 현금을 내고 있으며, 과목당 최고 300만원까지받고 있으나 밀려드는 수강생들로 만원인 모양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유명 강사 초빙을 위해 3, 4명씩 조를 짜 아파트 등에 임시 과외방을 꾸미기까지 하지만 단속의 손길은 전혀 미치지 않는 형편이다.
▲이 바람에 상당수의 보습학원들마저 정상적인 학원 강의는 뒷전으로 미룬 채 별도의 과외방을 꾸미거나 강사를 소개해 주는 등 변칙 운영에 열을 올리고 있어 점차 과외방화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실제 강남 일대의 학원들이 지난 1년 사이 영업 중지를 신고한 경우가 93개에 이른다니, 이들 학원의 강사들이 수강료는 물론 시간.시설 규제가 없는 과외방을 선호하기 때문은 아닐는지…. 대치동 일대에만도 고액 과외방이 80여곳으로 늘어났다니 기가 찰 노릇이지 않은가.
▲학부모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광적인 사교육 열풍은 그 어떤 제도나 정책 앞에서도 수그러들기 어려울는지 모른다. 단지 남의 아이들이 사교육을 받으므로 '내 아이만 시키지 않을 수 없다'는 막연한 불안감 하나로 앞뒤를 가리지 않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녀들도 자신이 받는 사교육이 진정으로 학력 신장에 도움이 되는지 짚어봐야 한다. 교육 당국도 공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개혁 조치와 함께 효율적인 사교육 대체수단을 발굴하고, 그 성공적 활용 사례들을 제시해 방향 전환을 적극 유도해야만 하리라고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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