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주택이 급증하고 있다. 대구시내 건축 허가 건수는 2000년 1천250동, 지난해 2천698동, 올해는 7월 말까지 1천213동에 이른다. 한 건물에 10가구분씩 들어 간다면 한해에 2만5천여 가구분씩이 늘고 있는 셈.
대구시내에 이미 들어 선 것만도 10만 가구분이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타당성 있어 보인다. 일부 부동산 업계에서는 개조된 것까지 합쳐 20만 가구분은 될 것이라는 추측을 내 놓기까지 한다.
과히 '원룸 시대'라 할 만하다. 그렇다면 이 원룸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없는 것일까?대구.경북 일원을 돌며 부녀자가 사는 원룸만 골라 방범창을 뜯는 등의 방법으로 침입해 1억1천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뺏고 성폭행을 일삼은 혐의로 이모(31)씨가 지난 5월 구속됐다.
이씨는 원룸 주택의 특성을 범죄에 악용해 사전 답사를 통해 부녀자 혼자 사는 원룸을 찾아낸 뒤 새벽시간을 기해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거나 방범창을 뜯는 방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지난달엔 경산지역 원룸에 침입해 여대생 등 혼자 사는 여성 8명을 폭행하고 금품을 뺏은 정모(30)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8월에는 대학가 주변 원룸 7군데서 현금 170여만원과 신용카드 등을 훔친 혐의로 김모(19)군이 붙잡혔다.
지난 4월에는 여자 혼자 사는 원룸만을 골라 5차례에 걸쳐 성폭행과 강절도를 해 오던 이모(20.경산)씨가 구속됐다. 원룸이 범죄의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이다.이런 사건들과 관련해 한 경찰관은 "심각성의 한 바탕은 원룸의 고립성이고, 고립성은 입주자들이 스스로 원한 것이라는 점이 한계"라고 말했다.
실제 대다수 원룸 주민들은 옆집.아랫집.윗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있었다. 바로 옆방에서 사람이 죽어도 모를 정도여서, 지난 5월 말 경산의 한 원룸에서는 숨져 있던 이모(25)씨가 열흘 정도나 지나서야 가스검침원에 의해 발견됐다. 어떤 원룸 입주자는 "밤에 자주 발생하는 싸움소리나 비명소리에 익숙해져 이웃이 강력사건으로 소란스러워도 그냥 일상적인 일이리라 여길 뿐 무감각하다"고 했다.
이런 무관심은 아파트 등에서 나타나는 이웃간의 단절성과는 또다른 특징을 가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상당수 원룸 입주자들은 스스로 익명성을 선호하고 이웃에게라도 자신이 드러나는 것을 기피하는 등 고의적으로 단절성을 선택한다는 것. 그러면서 이들은 원룸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주거지로서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잠시 거처하는 곳으로 간주해 버림으로써 공동의 거주공간 혹은 공동 사회라는 생각을 하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범행에는 아주 좋은 여건이 조성돼 있는 셈이어서, 대구시 달서구 본리동의 한 원룸에 사는 양모(42.여)씨는 "원룸 거주자 대부분이 혼자 사는 젊은 여성이거나 신혼부부인데다 서로 얼굴조차 알지 못하는 점을 노려 10대나 20대의 강절도가 많다"며, "주민들도 옆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소문이 적잖아 두려워하면서도 셋방 살이라는 한계때문에 방범시설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 백모(41.여)씨는"원룸에는 혼자 사는 여성을 노려 낮시간에도 강절도 사건이 많다"고 했다.이런 가운데 김모(22.여.달서구 장기동)씨는 "유흥업소 종사자 등 야간 직업 여성들이 사는 경우가 많아 낮과 밤의 패턴이 다른 것도 이웃간 단절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남구 봉덕동 등 일부 야간 직업여성들이 모여 사는 원룸촌의 경우 이들의 취약점을 노린 강도나 강간범이 아예 새벽녘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귀가하는 집 주인을 따라 들어가 범행을 하는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