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디어 창-뻔한 스토리는 싫다...해외드라마 눈길

서너 개의 채널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청자들은 이제 수십 개의 채널을 돌려가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맛본다. 케이블TV의 보급으로 인해 달라진 풍경이다. 이로써 우리에게 한발 가까이 다가온 것이 바로 해외 드라마. '프렌즈', '앨리맥빌','섹스&시티' 등은 한번쯤은들어봤을 만한 유명한 미국 드라마다.

'앨리맥빌'의 경우 시청률이 17, 18%, 섹스&시티는 25%에 달하는 등, 공중파 드라마와 엇비슷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프렌즈'는 뉴욕에 사는 여섯 친구들의 일상을 다룬 시트콤이고 '섹스&시티'는 네 명의 여성 뉴요커들의 성과 사랑, 우정에 관한 이야기.언뜻 보면 우리 드라마와 비슷한데 왜 젊은이들은 이들에게 열광하는 것일까.

일단 소재의 차별화와 연출의 공감대를 지적할 수 있다. 소재면에서 우리와 달리 성적인 소재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영역이 훨씬 다채롭다. 가장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는 프렌즈에서도 성적 코드는 소재형성에 큰 역할을 한다. 앨리맥빌의 경우, 법정이라는 전문 영역을 다루면서도 민사소송이 비일비재한 미국의 일상을 풋풋하게 담아낼 수 있는 소재를 만들어내는 감각이 돋보인다.

섹스&시티 역시 관건은 파격적인 성적 코드의 등장. 동시에 선정적으로만 흐르지 않게 만드는 소재의 참신성과 호소력이 매력적이다. 두번째는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점. 이들 드라마 캐릭터는 배역에 그치지 않고 살아 꿈틀거린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르는 것인데도 우리나라 드라마 캐릭터는 속이 너무 뻔히 보인다. 모 아니면 도 식의 성격에다가, 그 성격의 형성 역시 억지춘향격이다.

하지만 이상의 인기 미국 드라마 캐릭터는 그야말로 감칠맛 난다. 착한 인간, 못된 인간, 능력있는 인간, 능력없는 인간 등 이분법이 아닌 내면의 다양한 속성이 샐러드 속의 과일과 야채처럼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이 모든 것에 앞서 지적해야 하는 것은 바로 제작여건이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대본도 완성되지 못한 채, 그날그날 분량의 대본을 겨우 완성해 한편씩 촬영해나가고 제작비도 넉넉치 않다.

때문에 스타들 위주의 뻔한 캐릭터와 줄거리를 원망하기 힘들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엄청난 자본력은 물론 시스템이 뒷받침된다. 미국은 시즌제인데, 보통 한 시즌은 매년 9, 10월에 시작해 다음해 5월까지 계속된다.

한 시즌 드라마의 대본은 미리 나오고 촬영까지 마친 뒤 방송이 시작된다. 보통 1년에 한편씩 제작되고 방송 역시 일주일에 한번씩 방송되므로, 시간적으로 훨씬 양질의 완성도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미국 드라마에 공감하는 이들이 만든 인터넷 커뮤니티도 다수다. "현실감있는 대사와 우리나라 방송에서는 나오기 힘든 적나라한대사까지 프렌즈는 그 자체가 매력입니다"(아이디 abuorm), "주인공의 모습에 철학적이고 깊은 메시지가 들어 있어요"(ematiz), "지금 우리가 알게 모르게 간과하는 인간적인 면들을 앨리맥빌에서 다시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awsally). 이들의 이야기 속에 우리 드라마에 바라는 점이 들어있지 않을까.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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