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골초.희나리 군납 유통과정

중국산 섞어 빨간색깔 내국방부 형식적 품질검사

군부대 조미.김장용 사용

고추군납 비리사건을 통해 일반에 알려진 해골초와 희나리(흰알이란 뜻)가 어떤 과정을 통해 군인들의 식탁에 오를 수 있었을까? 식품위생법상 가공.유통도 못하고 심지어 농민들은 거름으로 쓰기조차 꺼리는 저질고추가 군인들의 먹을거리로 제공된데 대해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수집 및 유통과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다 익은 고추열매에 탄저병이 들거나 장마로 인해 물이 스며들며 곪아서 밭 이랑에 떨어진 채 오랫동안 방치되면 색깔이 해골처럼 흰색을 띤다. 이게 바로 해골초로 산지에서 600g 1근당 200~300원에 거래된다. 이에 비해 상인들이 보통 '희나리' 또는 '백동'이라고 부르는 고추는 근당 300~900원에 거래된다.

희나리는 탄저병 등으로 붉은색이 탈색돼 주황색을 띠는 것으로 저질고추이긴 해도 해골초보다는 상급이다. 고추상인들은 고추의 붉은 색 정도에 따라 희나리도 서너 등급으로 나눠 값을 매긴다.

두 가지 모두 식용으로 사용하기 힘들지만 군납업자나 저질 고춧가루를 생산하는 일부 시중업자들이 찾기 때문에 대부분 고추경작 농민들은 밭에서 거둬들여 모아둔다. 이런 해골초와 희나리는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는 수집상들이 거둔다. 수집상이 근당 200~900원에 거둬 오면 중간상인들은 근당 500~1천300원을 주고 매입한다.

수집된 고추는 수만근씩 상인들의 창고에 쌓인 채 임자를 기다린다. 주요 고객은 단번에 폭리를 취하려는 고춧가루 가공업자와 군납업자. 한꺼번에 수만근에서 수십만근씩 거래된다. 실지로 안동지역 일부 고추상인은 이같은 저질고추를 수년간 모아 냉동창고에 저장하고 있다. 병충해가 적은 해에 저질고추의 가치는 오히려 높아진다.

상인들이 적잖은 냉동창고 비용을 부담하며 저질고추를 집중 수거하는 이유는 막대한 차익 때문. 적어도 5배의 차익을 남기고 군납업자에게 팔 수 있다. 먹지도 못하는 저질고추가 정상품 고추보다 훨씬 큰 이익을 남기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셈저질고추를 그냥 빻으면 희뿌연 색깔 탓에 쉽게 적발되기 때문에 업자들은 색깔을 내기 위해 고추씨와 꼭지가 제거된 중국산 고추를 섞는다.

중국산과 희나리를 3대 7로 섞으면 군납용 2등급 고춧가루 기준과 비슷한 색깔을 얻을 수 있다.국방부 품질관리소의 형식적인 검사를 통과한 저질 고춧가루는 각 급양대를 통해 군부대 취사장으로 운송된다. 군은 평소 이 고춧가루로 각종 음식 조리때 조미용으로 쓰고 10, 11월에는 김장용으로 납품받아 김치를 버무리는데 사용한다.

연간 군납되는 고춧가루의 비율은 조미용이 40%, 김장용이 60% 정도다. 고추 군납업자들에게는 10, 11월이 황금기이자 집중 로비시즌인 셈.

근당 200원씩에 수집된 해골초는 농민-수집상-중간상인-군납업자-농협-고춧가루 가공공장-군 급양대로 옮겨가면서 건고추 최상품의 시중가 3천500여원보다 훨씬 비싼 근당 4천900여원(가공비 별도)의 군납 고춧가루로 둔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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