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본관이 무엇입니까

"대학을 졸업했는데도 아버지 근무부서나 담당업무를 모른다는게 말이 됩니까. 자녀가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지는 데는 부모의 탓도 크다고 봅니다".

15일 포항공단 일부 업체 채용담당 간부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말문이 열리자 이중 몇몇이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힘든 요즘 '젊은이'들의 문제점을 열거하기 시작했다.

한 전문대 졸업자는 면접시험장에서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와 근무부서 및 종사업무를 묻는 질문에 "4년전까지는 기계를 만지는 일을 한다고 들었는데 요즘은 어느 부서에서 뭘하시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4년제 대학의 한 외국어 전공자는 본관(本貫)이 어디냐고 묻자 말의 뜻조차 몰라 당황하다 "배운적이 없어 모르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면접관들의 황당한 경험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 총선이나 지방선거때 '투표는 했다'면서도 거주지역의 시장·지사·국회의원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20% 이내이고 신문이나 TV 뉴스를 본다는 사람은 10% 이내로 나타났다는 것. 또 "부모님과 함께 TV를 보기는 해도 대화를 하는 경우는 없다"는 이들도 많고, 할아버지와 백부·숙부의 함자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귀재'축에 든다고 했다.

물론 절대 다수 지원자들이 이런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당수는 대학에서 전공한 전문지식은 뛰어난데도 기본적인 인성을 갖추는데 소홀했다는 점은 공통적이었다.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우리 부모님"이라고 답하면서도 존경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고3때 하루도 빠짐없이 집∼학교∼학원간을 태워 주셨기 때문"이라거나 "고교 3년 내내 새벽에 깨워주고 밤참까지 챙겨주시는 등 최선을 다해 나를 돌봐주셨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는 면접관들이 아연해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요즘 젊은이들 너무 이기적입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님이나 형제자매, 친인척도 모르고 지내면서 직장생활인들 제대로 하겠습니까".

50대 초반의 한 간부는 "내 자식, 남의 자식 가릴것 없이 정말 걱정입니다"란 말로 취업전선에 나선 젊은이들을 걱정했다.

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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