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또 헤쳐모여 바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빚어지는 정치권의 지각변동은 우리 정치사에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64일 앞으로 다가온 16대 대선 역시 지난 92년과 97년의 대선 때처럼 저마다의 명분과 상황논리로 탈당-입당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9일 무소속 한승수 의원에 이어 14일에는 민주당 전용학, 자민련 이완구 의원이 한나라당행을 결행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안동선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했고 후보단일화를 명분으로 조만간 민주당 의원들의 동반탈당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15일 "국민통합에 뜻을 같이하면 과거를 불문하고 함께 하겠다"며 추가 영입의사까지 천명한 상태.

▨92년 대선=이같은 정치권의 이합집산은 지난 92년 14대 대선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그해는 총선(3.24)이 실시됐던 해로 총선 이후부터 약 8개월 동안 당적을 바꾼 의원이 무려 30여명이나 됐다. 또 이들 중에는 몇개월 사이에 2,3개 당을 옮겨다닌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지역 출신 중에선 무소속 정호용 의원이 민자당을 택했고 박태준, 박철언, 김복동, 유수호 의원은 거꾸로 민자당을 떠났다. 또 김찬우 의원은 당시 국민당을 탈당, 민자당에 들어갔고 박헌기, 허화평 의원은 무소속으로 있다가 '민자호(號)'를 탔다.

반면 무소속 김정남, 변정일 의원은 국민당을 택했다. 당시 3·24 총선 직후 21명이던 무소속 의원은 그해 11월이 넘어 19명이나 당적을 옮겼다. 무소속의 자리이동이 유난히 많은 것은 원적에 부담이 없었던 탓이다.

당적 이동의 명분으로, 민자당을 탈당한 의원들은 노태우 대통령의 탈당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 '새정치론','개혁정치'를 주장한 반면, 민자당에 입당한 이들은 '대국적 견지','정권창출'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97년 대선=97년 15대 대선 역시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해 10월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와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 두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을 제기하며 탈당, 국민신당을 창당했다. 뒤이어 YS 직계로 꼽히던 서석재, 김운환, 한이헌 의원과 박범진, 이용삼, 김학원, 원유철 의원 등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신한국당을 탈당하고 국민신당을 택했다.

반면 지역 출신 안택수, 박종근, 이의익 의원은 '명분없는 DJP연대에 반대한다'며 11월19일 자민련을 탈당, 신한국당에 입당했고 그로부터 사흘 뒤에는 보수색깔의 신한국당과 개혁색체가 강한 통합민주당이 합당, 한나라당이 출범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권오을 의원은 한나라당 당적을 얻었다.

탈·입당을 거듭한 의원들의 명분도 저마다 달라 신한국당 탈당파들은 '민주개혁세력 결집'과 '이회창 후보의 도덕성 문제'를 들었고, 반대로 신한국당 입당파들은 '3김시대 청산'과 '정권 신창출'을 각각 주장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