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림이야기-컬렉터(3)

컬렉터들의 성공담은 언제 들어도 짜릿하다. 우여곡절 끝에 대박을 터트렸거나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절묘하게 낚아챈 얘기는 듣는 사람까지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사실 서양화나 현대화를 좋아하는 컬렉터들의 경험담은 다소 밋밋하다. 큰 건수(?)를 잡을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고서화.골동품 컬렉터들이라면 희한한 경험담 한두가지는 꼭 갖고 있기 마련이다.

한 컬렉터의 경험담.

80년대 초반 어느날 골동품 중간상인이 찾아와 8폭짜리 병풍을 사줄 것을 애원했다. 조잡하게 그려진 그림인지라 구입을 망설였는데 그 상인의 애원에 못이겨 할수없이 30만원을 줬다. 병풍을 살펴보다가 느낌이 이상해 안을 뜯어보니 그림으로 보이는 종이 쪼가리들이 가득 붙어있는 것이 아닌가.

70, 80조각으로 나눠진 종이를 뜯어내 하나씩 맞춰보니 18세기말쯤 그려진 '까치호랑이' 민화(民畵) 2점이었다. 한마디로 횡재한 것이다. 양심고운 그는 중간상인에게 그 사실을 솔직하게 알렸다가 수백만원을 더 줄 수밖에 없었다고. 그렇지만 작품가격이 현재 1억원을 넘는다고 하니 수십배는 거뜬하게 튀긴 셈이다.

그의 또다른 경험담.

10여년전 경주에 갔다 우연히 고서화 매매상들을 만나게 됐다. 그당시 고서화 매매상들은 고가(古家)를 공짜로 수리해주거나 도배를 해주면서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예전만 해도 집안에 굴러다니던 민화나 그림을 벽에 도배지 대신 바르는 가정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때 매매상들은 한 고가에서 뜯어낸 벽지들을 물에 담가 불리고 있었다. 몇겹의 벽지에 그림이 붙어있는 것은 맞는데 정확히 어떤 그림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느낌이 괜찮아 구입 의사를 밝혔다. 그림을 제대로 보지 못한채 다소 도박을 한 것이다. 매매상들은 700만원을 제시하면서 그날 당장 돈을 달라고 했다.

대구에 돌아온 그는 밤새 친지를 찾아다니며 그 돈을 구해 새벽녘에야 그 벽지들을 손에 쥘수 있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18세기 후반에 그린 8폭짜리 화병도(花甁圖)였다. 한번의 모험이 거의 10여배의 엄청난 이익을 남긴 셈이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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