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납북 日人 일시귀국

북한에 납치됐다가 15일 24년만에 일시 귀국한 일본인 납치생존자 5명은 일본국민에게 '썰렁한' 인사말 몇 마디만 남긴 채 침묵의 첫 밤을 보냈다.납치생존자들은 이날 하네다(羽田)공항에 도착한 뒤 숙소인 도쿄의 호텔로 이동, 저녁 6시30분께 일본내 가족들의 기자회견에 잠시 동석하는 형식으로 일본 국민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그러나 이들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까 잔뜩 기대했던 일본 국민에게 돌아온 인사말은 너무도 짧고 차갑게 느껴졌다. 그나마 이들이 일본말로 인사한 것에 위안을 받을 정도였다.

NHK 방송 등을 통해 실황중계된 기자회견장에서 처음으로 인사말을 한 사람은 월북 미군과 결혼한 소가 히토미씨. 그는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뒤 "정말 만나고 싶었습니다"고 단 한 문장만 말한 뒤 그대로 앉았다.

이어 지무라 야스시(地村保志)의 처인 하마모토 후키에(濱本富貴惠)는 미소를 지어 보였으나 역시 "만나서 기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만 했고, 남편 지무라는"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고 말했다.

하스이케 가오루(蓮池薰)는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양친이 건강해 기쁠뿐입니다"라고 조금 '길게' 얘기했고, 그의 처 오쿠도 유키코(奧土祐木子)는 "오랫동안 걱정시켜드려 죄송합니다"고 말했다.

이들의 인사말은 모두 합해도 30초가 넘지 않았다. 인사말 직후 기자회견 진행자가 "혹시 드시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얘기해 달라"고 주문했으나, 이들은 침묵했다. 그리고 이내 기자회견 자리를 떴다.

앞서 진행자는 회견에 앞서 "납치 생존자들은 모두 가족들을 북한에 두고 온 미묘한 입장"이라며 많은 말을할 수 없는 생존자들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한편 일본 열도는 15일 24년만에 실현된 북한 거주 일본인 피랍 생존자 5명의 일시 귀국소식에 만감이 교차하는 분위기다.모처럼 돌아온 납치희생자들에 대한 반가움과 동시에 그들이 1~2주일 후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안타까움 때문이다.NHK 방송의 아나운서는 "납치 생존자들이 무려 24년만에 일본의 공기를 마시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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