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에서 옷가게를 하는 이모(43.여)씨는 사채업자로부터 일수빚을 쓰다가 최근 대구지역 모 상호저축은행으로 대출처를 바꾼 뒤 표정이 밝아졌다. 500만원을 100일 사채업자로부터 빌릴 때는 매일 6만원씩 갚아야 했으나 상호저축은행의 일수대출을받고서는 5만2천500원씩만 갚으면 됐다. 이자 총액을 무려 75만원이나 절약하게 된 것이다.
상호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 제2 금융권 회사들이 사채시장의 영역이던 일수대출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제도권 금융회사의 일수대출 상품의 가장 큰 장점은 사채시장을 이용할 때보다 금리가 월등히 낮아 빚갚기가 훨씬 용이하다는 점이다.더욱이 금융기관 직원들이 직접 방문해 수금을 해 가기 때문에 생계로 바빠 금융기관을 방문할 시간이 부족한 상인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대구지역 일수대출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금융기관은 조일저축은행이다. 지난 98년 10월 일수대출상품 판매를 시작했는데 현재 전담영업직원 35명을 두고 있다. 대출금 2천만원 이상인 '행운대출'과 2천만원 이하인 '1일 급부금'등 2종류의 상품을 팔고 있다. 연리로 환산할 때 이들 상품의 금리는 각각 연리 18~19%, 23~24% 정도다. 김성환 사장은 "서울 등 다른 지역의 상호저축은행들이 연리 60%를 넘는 소액신용대출(200만~300만원)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대구지역에서는 일수대출이 활성화돼 있다"고 말했다.
업계가 추정하는 대구.경북지역의 일수대출 시장은 연 1천억원 규모다. 이같은 '틈새시장'을 겨냥해 대구은행도 지난해 8월 일수대출시장에뛰어들었으나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다. 수금사원을 운용하기 힘든 은행 인력 여건 때문이다. 배재섭 개인여신팀장은 "은행으로서는 맞지 않는영역이라는 판단에 따라 일수대출 시장에서 조만간 철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유니온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2000년 4월부터 '애플유니온신용대출'이라는 일수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신용도와 사업성에 따라 300만~2천만원까지 대출해 주는데 연리로 환산해 14.6~25%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유니온저축은행 역시 20명의 영업사원을 두고 있다.지역의 일수시장은 여신전문금융회사인 우리캐피탈이 최근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캐피탈은 최근 영업사원 40명을 채용하고 일수대출 전담팀을 구성, 지역 일수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회사가 판매하고 있는 '우리일수대출'은 100일, 150일짜리 2종류가 있는데 최고 1천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금리는 연리 18~19%. 이 회사 손태민 팀장은 "일수대출이 더 이상 지하경제가 아니라 제도권 금융기관 상품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며 "후발 참여자라는 특성상 영업보다 홍보에 주력하고 있는데 문의.상담 전화가 꽤 많다"고 전했다.
이밖에 대구지역의 신협과 새마을금고 가운데 20~30%도 주변 상가 등을 대상으로 일수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이들 금융기관으로부터 일수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주로 매일 현금 수입이 발생하는 소규모 상인들이다. 신용불량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경우 일수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으나 일부 금융기관은 더 높은 금리를 받고 대출을 해주기도 한다. 소액 대출의 경우 보증인이 없어도 되지만 500만원이 넘으면 보증인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2금융권 회사들의 잇따른 시장 참여로 지역의 일수대출 시장은 포화상태를 맞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지역 금융기관의 일수대출 연체비율이 적정치(5~6%)를 넘어서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는 이도 있다. 모 금융기관 관계자는 "대구지역 일수대출 금융기관의 연체율이 10%에 이르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분별한 시장 확대보다는 리스크 관리가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