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업 테이프' 판독불능' 파장

김대업씨가 2차 제출한 녹음테이프의 성문분석결과에서도 목소리의 주인공이 김도술씨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와 막바지에 이른 '병풍'사건 수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감정결과 테이프가 인위적으로 편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감정의견까지 제시돼 그간 제기돼 온 테이프 조작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테이프 목소리가 김도술씨 것인지 여부와 관련, 감정의뢰를 받은 대검 과학수사과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울대 음성음향정보연구실 3개 기관 모두 동일인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일치된 의견을 냈다.

이들 기관은 동일 단어 및 동일 음가의 개수 등 감정자료가 부족하고 음성주파수 대역이 불일치한데다 음질상태도 불량하다는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편집 여부에 대해선 '인위적으로 편집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대검), '인위적으로 편집됐을 가능성이 있음'(국과수) 등의 의견이 나왔고, 서울대는 별도의견을 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인옥 여사로부터 돈을 받고 장남 정연씨의 병역면제를 알선해줬다'고 김도술씨가 진술한 것을 녹음했다"는 김대업씨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고 유일한 물증인 테이프는 사실상 증거능력을 상실한 셈이 됐다.

테이프를 빼면 '말뿐이 없는' 이번 사건에서 김도술씨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는 한 이제 남은 것이라곤 김대업씨의 주장이 전부다.

검찰은 감정결과를 토대로 현재 진행중인 계좌추적과 관련자들에 대한 보강수사를 통해 최종 결론을 낼 방침이지만 결론은 이미 나온 것과 다름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검찰은 정연씨가 병역면제를 받은 91년과 병역비리 은폐대책회의가 열렸다고 김대업씨가 주장한 97년을 전후한 관련자들의 계좌추적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집 가능성이 제기된 이상 녹음 및 테이프 복사 경위 등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일각의 주장처럼 김대업씨가 '어떤 의도를 갖고 테이프에 손을 댔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감정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봐야겠지만 현재로 선 김대업씨를 상대로 테이프 편집 여부와 경위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수사 과정에서 김대업씨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이 후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검찰이 받아들일 경우 김씨가 사법처리될 수도 있다는 다소 성급한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검찰은 테이프 감정결과가 '판독불능'으로 나온 만큼 이르면 내주 중 '병풍'수사를 매듭짓고 중간수사결과 형식으로 최종수사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검찰은 나머지 기간에 △금품수수 여부 △대책회의 개최 여부 △군검찰의 내사 여부 등 정연씨 면제와 관련된 핵심 쟁점별로 수사결과를 정리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번 성문분석 결과가 '병풍의 불씨'로 불리며 서울지검 특수3부에서 진행중인 이 후보 차남 수연씨의 병역문제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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