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그릇된 자식 사랑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우리 부모들은 유난히도 자식에게 관대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제멋대로 떠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다.

아이들은 식당이나 기차 같은 좁은 장소에서조차 주위 사람들을 무시하고 저희들끼리 있는 대로 소리를 지르면서 싸우기도 하고, 사람들 사이를 거리낌 없이 휘젓고 다니면서 노는 것을 흔히 본다. 아이를 데려온 부모가 이런 난잡한 행동을 제재하는 것을 보기는 좀처럼 어렵다. 오히려 무례한 행동을 하는 대여섯살 먹은 아이를 야단치는 어른에게 '애 기죽인다'고 펄펄뛰는 엄마를 목격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우리 부모들은 자식교육을 위해 상상할 수 없는 투자와 희생을 감내한다. 좋은 학군과 고액학원이 몰려있는 동네의 부동산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것도 자식교육에 대한 부모의 열정 때문이다.

이렇게 자녀의 교육에 열성적인 부모들이 정작 자녀에게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예의도 가르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남들에게 자기 자녀의 자존심을 키우는데 희생당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자식 사랑이 넘치다보니 남을 존중하는 배려의 정신을 망각한 것이다.

그것이 유교적 가치관의 영향 때문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효가 중시되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부모가 자녀의 방종한 행위를 방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들어 대부분의 가정에서 하나 혹은 둘의 자녀를 낳다보니 자녀가 가족생활의 중심에 자리 잡은 것과, 또한 출근하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어머니가 자녀교육을 떠맡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버릇없이 구는 아이를 나무라지 않는 엄마의 가치판단력 상실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렸을 때 받은 가정교육이 인생을 살면서 인품과 성격을 형성하는 기초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 부모는 없다. 남을 배려하는 정신은 아이들끼리 노는 과정에서 저절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영재교육이나 영어교육 같은 지식교육을 열심히 시킨다고 해서 자녀가 바르게 크는 것도 아니다.

그런 지식교육은 학교에 가서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버릇없는 자존심을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매사에 남을 배려하도록 사회화의 기초와 원칙을 세워서 꾸준히 다져나가는 것이다.

노진철 경북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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