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병삼씨 '한글세대가 본 논어'

요즘 서점가에는 동양고전을 새롭게 해석한 책들로 가득하다.아무래도 도올 김용옥의 TV강연이 다소간의 영향을 주었음을 부인할 수 없는 데 동양고전 중의 고전인 논어를 비롯, 도덕경, 묵자와 삼국유사에 이르기까지 어느때 보다 고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은 반가운 일이다.

정치학도로 영산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배병삼씨의 '한글세대가 본 논어'(전2권, 문학동네 펴냄, 각권 1만9천원)도 고전 다시 읽기와 맥락을 같이 한다.

'한글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제목에 강조한 것은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30대 이전의 세대를 위해 그만큼 쉽게, 그리고 지금의 시대와 맞게 주석을 달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반면 지은이는 "논어를 읽으면서 공자의 흐느낌 소리를 들었고 그것에 감염돼 목이 멘 것이 책을 펴낸 동기"라며 "그래서 이 땅의 삶 속으로 끌어당겨서 읽고 고쳐 썼다"고 말했다.

한국의 국보라고 자칭했고 그에 걸맞은 다재다능함과 박학함을 자랑했던 양주동 박사는 어느 글에서 어릴 때를 회상하면서 논어를 앞에 두고 두근거림과 기대속에서 첫 장을 펼쳤지만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단순한 문장을 보고 크게 실망했지만, 세월이 흐른 뒤 배움에 입문하는 사람에게 그 말 만큼 단순명쾌한 권학문은 없었다고 고백한 바 있었다.

또한 정자(程子)는 '손은 춤추고 발은 겅중겅중 뜀뛴다'며 논어를 읽는 즐거움을 표현했고, 일본의 한 유학자는 논어를 '우주제일서'라고 찬탄할 만큼 논어는 중요한 텍스트이다.

이 책의 구성은 제1장 학이(學而)편에서 제20장 요왈(堯曰)까지 전통적인 순서와 배열을 따랐지만 '한글세대'를 위한 책답게 한글 번역을 우선하고 원문을 달았다. 해제에서는 정치학자답게 공자를 한 사람의 탁월한 정치학자라는 시각으로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

또한 주자의 '논어집주', 정약용의 '논어고금주', 진사이의 '논어고의' 등 광범한 논어해석서를 인용해 다양한 견해를 한꺼번에 알 수 있게 했고, 다른 장에서도 비슷하게 언급하거나 참고가 될 만한 구절을 표시해 비교할 수 있게 했다.

지은이는 "최근 많은 연구자들이 여러 분석을 통해 논어는 공자의 말이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전체적으로 공자의 일관된 모습을 추출하기에 충분하고, 그러한 논란보다는 논어를 통관(通觀)해 공자의 면모를 형성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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