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남 순천만...바다.갈대밭.낙조...가을 타겠네

한줄기 바람에도 마음까지 흔들린다면? 당신은 가을을 타고 있다. 어디 가서 이 마음을 진정시킬까.

가을은 단풍을 타고 왔다가 억새밭을 지나 갈대밭에서 머문다. 바람따라 일렁이는 갈대밭. 생각보다 쓸쓸하지 않다. 오히려 한가운데 드러누워 지나가는 구름만 쳐다봐도 좋을 것 같은 푸근함이 있다. 넉넉한 품으로 바다를 감싸고 있는 전남 순천만 갈대밭으로 가을여행을 떠나보자.

쉬엄쉬엄 3시간 거리. 순천만은 대구에서 가깝지 않다. 하지만 순천만은 그만한 고생을 보상해준다. 15만평의 갈대바다가 지금부터 1월까지 갈대꽃(사실은 갈대 씨앗이다)의 장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바람이라도 불면 답답한 일상으로 꽉 찬 도시인들에겐 금상첨화. 바다의 물결을 그대로 육지로 이어받아 바람따라 파도처럼 일렁댄다.

15만평 갈대숲 국내 최대

늦은 오후. 순천시 대대동 대대포구 앞 둑길로 올라서자 눈앞이 탁 트이며 갈색바다가 펼쳐진다. 갈대숲은 대대포구 건너편 습지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띄엄띄엄 흩어져있는 갈대군락이 아니다. 한치의 틈도 없이 빽빽한 갈대들이 개펄을 뒤덮고 있다.

이곳부터 순천만 개펄까지 이어지는 3km 갈대밭은 우리나라 최대의 넓이. 포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구불구불 둑길을 따라 걸어도 지겹지 않다. 오른쪽으론 수확이 한창인 황금들녘이고 왼쪽은 끝없는 갈대숲이다. 가도가도 끝이 없다. 바다쪽으로 가까이 가서는 넓은 개펄 모두를 점령했다. 군데군데 들국화를 닮은 쑥부쟁이와 코스모스가 발길을 잡는다.

겉모습만 훑는다면 아쉬움이 남을 터. 바람에 스치는 갈대들의 속삭임까지 느껴보려면 갈대숲 속으로 들어가 볼일이다. 바람에 몸을 맡긴 갈대들이 스치는 소리가 스산하지 않다. 깊은 계곡에서 듣는 물소리가 여름을 위한 것이라면 갈대숲 속에서 듣는 바람소리엔 가을 냄새가 물씬하다. 사라락 사라락. 멀리서부터 소리를 몰고 오는 바람의 파도는 이곳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가창오리 등 철새도 볼거리

"물이 빠지고 나면 갈대숲으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입구를 찾기가 어렵죠. 마을주민들에게 길을 물어보는 게 빠릅니다".대대동 토박이 조순임(55.여)씨는 대대포구 아래 쪽에서 줄배를 타고 들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귀띔해준다.

순천만의 갈대를 제대로 보려면 아침나절이나 저녁 해질 무렵이 좋다. 물안개 속으로 비스듬한 아침햇살을 받은 은빛 갈대꽃은 환상적이다. 해지기 전 황금빛 햇살에 안겨 일렁이는 갈대는 더 눈부시다. 내내 갈색줄기와 흰 속살들로 가득한 숲을 보다 이때 쯤이면 황갈색으로 변한 갈대 숲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근처엔 낙안읍성.송광사

갈대와 개펄 너머로 떨어지는 석양을 보려면 대대동 건너편 와온포구가 적격이다. 바다와 개펄, 갈대, 산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노을이 일품이다. 가을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풍경을 선사한다.

대대포구 갈대숲과 와온마을은 요즘도 주말이면 전국에서 사진작가와 화가들이 몰려든다. 사진이 가장 잘 나오는 명소는 대대포구에서 둑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야 마주치는 순천만가든을 지나야 있다. 둑길 아래로 비포장길이 있어 승용차를 타고 갈 수도 있다. 10월말부터는 가창오리 등 각종 철새가 날아들어 더 큰 볼거리를 제공한다. 근처에 낙안읍성 민속마을과 벌교홍교, 송광사, 주암호 등 가볼 만한 곳이 많다.

글.사진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가는 길

대구∼구마고속도로 칠원분기점∼남해고속도로∼서순천IC(통행료 7천600원). 순천IC가 가까우나 순천만을 찾기에는 서순천IC에서 내리는 것이 좋다. 고속도로를 나와 순천시방향으로 1㎞정도를 가면 삼거리. 좌회전은 광양·여수 쪽이고 오른쪽이 순천시 방향이다. 순천시내 쪽으로 가다 가곡삼거리에서 벌교 쪽 2번 국도로 올라선다. 10여분을 달리다 청암대 삼거리서 좌회전 후 300m 가서 다시 좌회전. 순천만까지는 5.5㎞. 대대교회 앞에서 좌측 농로를 따라 100여m를 가면 갈대밭이 숨어있는 둑길이다.

▨맛집

대대포구 바로 앞 '강변장어구이'집은 동네사람들이 순천만에서 잡은 자연산 장어를 취급한다. 비싸고 잡히는 양이 일정하지 않아 맛보려면 미리 연락해봐야 한다. 민물장어는 1인분에 1만5천원. 양념구이와 소금구이가 준비돼있다. 10여가지 재료와 생강 등 한약재를 넣어 만든 양념이 맛의 비결. 개펄에서 나는 고기로 끓인 짱뚱어탕도 별미다. 국물이 매콤하면서도 시원하다. 2만5천원. 061)742-4233.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