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실업계 고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지원자 부족으로 일부 고교에서 미달 사태가 연례화하면서 신입생 모집 열기가 대학들의 신입생 유치전 못지 않게 뜨거운 것. 만성적인 미달 사태를 겪고 있는 일부 고교는 여름방학이 끝나자마자 전 직원이 신입생 유치운동에 발벗고 나서는 등 고충도 적잖다.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인식 바꾸기 홍보 강화=교육부는 실업계 고교생들의 대학 진학 선호를 감안, 2004학년도부터 실업계 고교 출신자를 정원외로 모집하는 한편 2005학년도 수능시험부터는 직업탐구 영역을 신설하는 등 실업계 고교 학생들에 대한 배려를 넓혔다. 대학들은 이미 다양한 특별전형과 독자적 학생 선발 기준 등을 통해 실업계고 학생 유치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나 고교 진학을 앞둔 중학생과 학부모들은 여전히 '실업계고에 가면 대학 가기 어렵다'고 느끼는 실정. 대구시 교육청은 이같은 학생,학부모의 실업계고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대대적인 홍보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21개 실업계 고교 교장과 실과부장, 졸업생 등을 3명씩 1개팀으로 묶어 팀마다 5, 6개 중학교를 전담, 106개 전 중학교에서 홍보를 한다.
주 내용은 농·공·상업 분야 전문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은실업계고로 진학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시교육청 정수열 실업담당 장학관은 "단순히 학생 유치를 위한 홍보가 아니라 실업계에 소질과 적성이 있는 학생들을 바른 길로 안내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학교별 유치전=아무리 제도 변화를 통해 실업 교육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다고 해도 몇년째 미달 위기를 겪고 있는 고교 차원에서는손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 경북의 일부 실업계고는 이미 지난달 초부터 전 직원이 학교 업무보다 신입생 유치활동에 더 매달리고 있다.
연고지와 전임 근무 학교, 모교 등을 기준으로 교사마다 담당 지역과 학교를 정해 현지를 직접 방문, 홍보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물론 진학담당 교사와 상담을 통해 유치활동을 펴고 있다. 교육여건 개선, 장학제도 확충 등은 물론 기숙사 무료 제공 등이 주 홍보 내용.
▲문제점=제도적 지원, 학교별 홍보 등이 아무리 이뤄져도 실제 신입생 유치로는 쉽사리 연결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안동의 한 실업계고 교사는 "학교 사정을 감안해 교사들이 발벗고 나서지만 중학교마다 한두명씩 유치하는 정도에 그쳐 벌판에서 이삭줍기 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때문에 일부 학교에서는 홍보물이나 선물 등 물량공세를 계획하는가 하면 접대 등에 소요되는 비자금까지 만들기도 한다는 것. 경북의 경우 비평준화 지역이라 일반계 고교들까지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홍보전을 벌이기 때문에 과열 혼탁 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한 실업계고 관계자는"갈수록 신입생 채우기가 어려워 선심 공세 등 비교육적 부작용이 관행화하고 있다"면서 "자정 노력까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형편"이라고 했다.
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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