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어떤 학생이 제일 예쁘냐고 선생인 내게 묻는다면 주저 없이 인사 잘하는 학생이라고 대답할거다. 피우던 담배를 후다닥 비벼 끄고겸연쩍게 웃으며 인사하는 남학생들, 저만치 멀리서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뛰어와 인사하는 여학생들을 보면 누구 집 아들, 딸인지 참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고 기특한 마음에 다시 한 번 보게된다.

최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우유를 받기 시작했는데 이것도 인사 덕분이다. 새로 이사온 아파트 아래층에 우유배달을 하는 아주머니가 있는데 그 집 대학생 딸내미가 어찌나 인사성이 밝던지 몇 번 거절했던 우유를 자청해서 마시고 있다.

입장 바꿔 내가 연장자 분이나 동료들에게 인사 할 때도 마찬가지다. 마음에서 우러나 반갑게 인사하면 인사 받는 분의 흐뭇한 마음이 금세 전해져 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심전심이 따로 없다.

매일 보는 분들이 날이면 날마다 뭐 그리 반가우랴만 그럴 때는 반가운 마음을 내면 된다. 어쩌다 무슨 사단이 나서 상대방이 지독히 미울 때는 '그래도 내 도리는 지킨다' 생각하면 한결 도움이 된다.의례적인 목례보다는, 미소 없는 무미건조한 인사보다는, 상대방 얼굴대신 땅을 쳐다보며 하는 '안녕하세요' 보다는 목청을 가다듬어서웃는 얼굴로 하는 인사가 훨씬 우호적인 반응을 가져다주는걸 인사할 때마다 느낀다.

요새 사람들은 만나도 도무지 쌓이는 정이 없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하는 연장자 분들이 계시는데 인사만 잘 챙겨도 새록새록 정이 쌓일 것 같다. 인사 잘하는 학생이 예쁘다고 말했는데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특정 학생들을 편애하는 건 결코 아니다.

다만 아직은 신세대라고 자부하고, 서양 사람들과 십년 가까이 '버릇없는' 인사 나누기를당연시하며 살아온 나 같은 사람 눈에도 예의바른 우리 인사가 이렇듯 예뻐 보이는 걸 보면 사회 진출을 눈앞에 둔 우리 젊은 세대가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에 신경을 쓰는 게 필요할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상냥하고 예의바른 사람에게 더 호감이 가고 더 많은 기회를 주고싶은 게 인지상정이 아닐까?

계명대 교수·광고홍보학 양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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