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들은 산에 오르는 이유를 "거기에 산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얘기한다. 지난 53년 세계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영국인 에드먼드 힐러리가 산에 가는 이유에 대한 답변 이후에 이 말이 널리 퍼졌다고 하지만 꼭 그가 최초로 한 말은 아닐 성싶다. 국토의 65%가 산인 산악국가에 사는 우리들로서는 우리 선조들이 이미 한 말이 아닌가 하는 유추를 할 수도 있다. 조상들이 기록으로 남기지 않은 실수(?) 같은 것은 있으되 힐러리가 최초로 한 말이라고 동의하기엔 아무래도 마음이 썩 내키지 않는다.
▲산림청이 오늘(10월18일)을 '산의 날'로 지정했다. 올해 처음으로 18일을 지정한 배경의 한 원인을 한자의 '木(목)'에서 찾았다고 한다. 나무 목(木)자가 10(十)과 8(八)이 합쳐진 글자라는 의미를 고려했다는 것이다. 조상들의 산행 풍습도 고려의 한 대목으로 삼았다. 중양{重陽.중구(重九)라고도 함.음력 9월9일}이 있고 절기로 봐서 이때가 단풍의 절정기라는 점도 보태졌다. 온 산에 단풍이 물들면 우리국토의 산이 가장 아름다울 때가 아닌가. 국제연합(UN)이 올해를 '세계 산의 해'로 선포한 것을 계기로 삼았다지만 근본은 산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우자는 데 있을 것이다.
▲지난 50, 60년대만 해도 황폐했던 우리의 산에 나무가 자라나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림정책의 결과다. 아궁이 개량이랄지, 농촌에 연탄사용권장, 나무를 베면 인신구속까지 하는 산람보호정책으로 지금의 울창한 숲을 조성하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성과는 세계 여러나라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사안(事案)이다. 40여년만에 성공한 체험은 세계에서 드문 일이라고 한다. 일제(日帝)의 산림수탈과 6.25전쟁으로 인한 황폐화를 단시일 안에 극복한 국민들의 의지에 대한 평가다.
▲우리의 지정학상 바다도 그렇지만 산은 에너지 원천이자 삶의 터전이다. 산이 가지는 경제.환경.문화적 기능은 산술적인 가치 평가가 불가능한 일일 게다. 맑은 물, 깨끗한 공기를 우리에게 주는 원천이고 관광과 휴양, 인간들이 산에다 남긴 유적, 유물 등 문화와 예술공간활용은 21세기 세계 여러나라가 목표지향점으로 삼는다. 이런 절대가치 부여는 인간들의 심성에 따라 당연히 달라진다. 인간이 산에 오르는 이유는 도전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산이 가지는 포용성에도 있는가 싶다. 툭하면 산에 오르는 정치인들이 협량을 깨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과연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최종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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