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공단을 이대로 계속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바꾸든가 아니면 본래대로 공단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든가 해야지 이대로 둬서는 도심의 또다른 슬럼으로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
◇상당한 선호도=올해 칠곡 왜관공단에서 공장을 옮겨왔다는 한 업체 사장은 도심공단으로서 3공단이 가진 장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다른 조건은 다 버리더라도 3공단만큼 교통이 편한 곳은 없습니다. 원자재도 쉽게 구해 올 수 있고 거래처도 가깝다는 얘기지요. 근로자들도 여기 업체를 선호합니다. 집에서 가깝거든요". 그래서 공장을 임대하려 방을 써 붙이면 금방 나간다고 했다.
금형기술자 신민욱(43)씨는 월급이 30% 가까이 감소되는데도 불구하고 올 초 구미의 한 대형업체에서 3공단 내 '세진정공'으로 옮겨 왔다고 했다. 월급 대신 도시를 선택한 셈.
"구미에서는 기숙사 생활을 했습니다. 마흔이 넘어 가족을 놔두고 혼자 생활하는 것을 상상해 보십시요. 지금은 산격동 집에서 오토바이로 출근하는데 15분이면 충분합니다. 도심 공장 선호도가 근로자들 사이에 갈수록 높아갑니다".
신씨는 젊은층일수록 먼 거리 근무를 꺼린다고 했다. 그래서 대도시 도심 공단은 공장 규모에 관계 없이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 3D에다 최근엔 또하나의 D(Distance.출퇴근 거리)까지 덧붙인 4D시대가 도래했다는 얘기였다.
이를 반영하듯, 북구청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2년 동안 3공단 일대에서는 무려 310건의 공장용 건축허가가 접수됐다. 경기회복 영향도 있지만 도심 공단이라는 장점 또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체 과정만 밟아 온 3공단=그러나 3공단의 지금까지 역사는 '사양화'라는 한마디로 정리돼도 반론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이 '제3 공업단지' 건설은 1965년 금호강변의 대구 노원3동 일원 33만여평(1천94k㎡)이 공업단지로 지정되면서 시작돼 1968년 기반공사가 완료됐다. 광복 이후 의도적으로 만든 대구지역 최초의 공단이었다.
조성 목적은 시내에 산재해 있던 경공업체를 집단화함으로써 도시 공해방지 여건을 갖추자는 것. 이에 따라 음료.식품.섬유.의복.피혁.목재.가구 등 다양한 업체가 이곳으로 옮겨 모였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달성공단과 성서공단이 잇따라 건설되는 등 외곽 공단 조성이 늘자 3공단은 사양화되기 시작했다. 대형업체가 이탈한 것. 그 자리에는 대신 중소업체가 들어왔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초반 160여개에 불과하던 총 입주업체 숫자는 현재 800여개로 불어났다.
게다가 지금의 입주업체 상당수는 거의가 영세 임대 공장들. 소방도로 인접 대지 평당 가격이 300만원에 이를 정도로 값이 비싸 영세업체들은 매입 능력이 없는 것이다. 현재 종업원 5명 미만 영세기업이 61.8%를 차지하고, 50명 미만 소기업이 또 34.2%나 차지하고 있다. 입주업체 당 평균 종업원 수는 1990년 120명에서 2000년 9.3명으로 줄었다. 1990년에 기계금속과 섬유가 각각 46% 정도씩 됐던 업종 분포도 지금은 기계.금속 62%, 섬유 9.1%로 바뀌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작년 말 완료된 '3공단 첨단산업 유치를 위한 비전과 정비전략'(책임연구 장지상 경북대 교수)이란 연구는 "3공단을 주거지역으로 바꿀 것이 아니라 도시형 중소기업 공단으로 발전시키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에 따르면 3공단의 현재 주종산업은 조립금속 및 기계업으로, 관련 중소기업들이 전문화되고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부가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 이들 업종 외에도 경북대 등의 연구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반도체장비.소프트웨어 등 벤처산업과 광학.정밀.의료기계산업 등도 유망하다.
육성 방향에 대해서는 땅값이 다른 공단보다 높은 만큼 토지생산성이 높은 쪽으로의 개발이 이뤄져야 해 다층형 혹은 아파트형 공장 건립을 모델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는 제안했다. 도심 공단으로서의 장점을 살려 제대로 된 개발계획만 수립하면 대구 경제의 주축을 이룰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이에 대해 영남대 윤대식 교수(도시.지역계획학)도 "공장은 무조건 외곽으로 빼내야한다는 단순 논리에 빠져서는 안된다"며, "도시형 산업이 어디로 갈 것인지 정책방향을 지방정부가 잡아줘야 지역경제가 활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공단은 정부 지원을 통해 도심 내에서 새 산업단지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
◇정책 당국의 엇갈린 입장=대구 북구청은 물론 도심 공단으로의 재육성에 적극적이다. 위천공단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인 만큼 그걸 전제로 했던 3공단 폐지는 당연히 재고돼야 한다는 입장. 이명규 구청장은 "경북대의 연구인력, 편리한 교통.주거 환경 등 여건이 좋아 고급인력이 모여드는 첨단산업 유치도 가능함이 이미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도시계획권을 가진 대구시청도 대안이 빨리 마련되지 못해 난개발이 일어나고 있다는 문제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현재의 공장들이 어디로 갈 것인지, 3공단이 주거용지로 전환될 수 있을지 어느 쪽도 확신을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주거지역으로의 용도변경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최삼룡 경제정책과장은 "용도변경 정책에는 변함이 없지만 대체 공장용지가 없는 점 등 여러가지 여건을 감안하면 이 결정의 실행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어정쩡한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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