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엄마, '개구리 소년'이 뭐예요"

개구리소년 김종식(당시 9세)군의 가족들은 지난 11일 아버지 철규씨의 첫 제사를 지냈다고 했다.

"종식이를 만나러 간다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뒀었지요. 아들을 찾겠다고 전국을 헤매다 유해로나마 만날 수 있을 기회조차 눈 앞에 두고 세상을 뜬 것이지요. 어찌 눈을 감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먼저 간 형을 대신해 고사리 손으로 술잔을 올리는 종식군의 동생(8)을 보면서 어머니 허도선(47)씨는 깊은 심연 속으로 허물어져 가는 가슴을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지금쯤 20살은 됐을 외아들을 잃은 뒤 얻은 늦둥이.

"종식이와 애들 아버지까지 잃어 이 애가 이제 삶의 유일한 기둥이자 희망입니다. 그러나 유골 발견 후로는 수시로 현장을 오가느라 밥 한번 변변히 못챙겨 주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지난달 27일은 초등학생에게 마냥 기다려지기 일쑤인 운동회 날이었지만 대신 종식이 숙모에게 뒷바라지를 맡겼다고 했다. 어머니에겐 아들의 유골 감식 현장 또한 꼭 지켜야할 곳이었기 때문.

그런 날이 아니더라도 어머니는 종식이의 책상과 참고서를 멍하니 바라보고 앉았을 때가 적잖다. 무심한 세월은 11년을 흘렀지만 아직도 어머니에겐 이런 유품들이 아들을 대신하고 있는 것.

"이러다가 조카.형님에 이어 형수님마저 잃는 것 아닌가 눈 앞이 캄캄합니다". 혈압이 180까지 치솟고 당뇨 증세까지 겹쳤다는 것. 종식이의 넷째 삼촌 질규(45)씨도 목을 놓아버렸다.

유해가 발견된 뒤에는 그런 어머니에게 또하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일이 생긴 것 같았다. 늦둥이가 '개구리소년' 사건이 어떤 것인지 자꾸 묻는다는 것. 피는 속일 수 없는 모양인가 싶어 더 가슴이 무너진다고도 했다.

"가족들 모두 종식이 얘기를 숨기고 있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가 형의 일을 알게 됐다가 받을 그 엄청난 충격을 우린들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이럴 때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못들은 채 고개 돌려 허공이나 쳐다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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